다락 고치다 발견한 그림이 157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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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매 전문가 마르크 라바르브가 1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유화를 소개하고 있다. 진품일 경우 1570억원의 가치를 갖는다. [파리 AP=뉴시스]

2014년 4월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있는 한 주택의 다락에서 그림이 발견됐다. 누수 공사 중 평소 열지 않던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그 안에 있었다. 가로 175㎝, 세로 44㎝ 크기의 오래된 그림이었다. 상태는 좋았다. 곧 전문가인 에릭 튀르캥에 연결됐다.

프랑스서 카라바조 추정 작품 나와
홀로페르네스 목 치는 유디트 주제

튀르캥은 2년 만인 1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17세기 바로크 화풍을 연 거장인) 카라바조 특유의 붓질 습관이 있는데 이 그림에서 대부분 발견된다”며 “카라바조의 빛과 에너지가 담겼으며 확신에 찬 붓질과 화풍으로 볼 때 진품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1억2000만 유로(157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튀르캥은 카라바조 최고 전문가인 니콜라 스피노자 전 이탈리아 나폴리 미술관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스피노자 전 관장은 “아직 확실하고 반박 불가능한 증거가 없다곤 하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롬바르디아 거장(카라바조)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1604~1605년 로마에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성서 속 인물인 유디트가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카라바조는 1599년에도 같은 주제를 다뤘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 보물’로 지정한 상태다. 30개월간 해외 반출이 금지되며 그 사이 프랑스 국립박물관들이 최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루브르박물관도 조사에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견을 보이기도 한다. 튀르캥은 “자문했던 두 명의 전문가는 카라바조를 추종했던(카라바지스트) 플랑드르 화가인 루이 핀손의 작품으로 추정했다” 고 말했다.

카라바조(1571~1610)는 명암을 날카롭게 대비시키는 화풍으로 유명하다. 일군의 카라바지스트를 낳을 정도로 동시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두 세기 동안 사실상 망각 상태에 놓였다가 1920년 재평가되면서 거장 반열에 올랐다.

미국 미술사가 버나드 베렌슨은 “미켈란젤로를 제외하곤 어떤 이탈리아 화가도 카라바조만큼 영향력을 행사한 이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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