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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면 실력 쑥쑥 …‘댄스 게임’ 노하우로 만든 영어학습 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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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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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소프트 김기영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영어 교육 프로그램 ‘오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빛소프트]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봐”.

‘오잉’ 개발 김기영 한빛소프트 회장
교재 있으면 공부로 인식, 아예 없애
직원 2명 직접 실험,실력 향상 확인
“다음은 수학공부 콘텐트 만들 것”

게임에 빠진 자녀에게 학부모라면 한두 번쯤 했을 법한 말이다. 영어 공부를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게임 개발 전문가가 나섰다.

주인공은 한빛소프트의 김기영(45) 회장. 한빛소프트는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의 수입사이며, 전 세계에서 7억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 댄스 게임 ‘오디션’을 만든 곳이다. 이 회사는 올 초 영어공부 유료사이트 ‘오잉’을 열고 지난달엔 같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지난 1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한빛소프트 본사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그는 외국어 공부가 왜 골치 아픈 일인지, 자신의 진단법부터 털어놨다. “자라면서 한국어를 배우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잖아요.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익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외국어는 공부로 접근하니 힘들어지죠.”

그는 이런 문제점을 오잉 개발과정에 적용했다. 무엇보다 교재가 필요 없게 만들었다. 교재를 열어보는 순간 공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신 프로그램 안에 캐릭터 인물들이 등장해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만들어 넣고 이 장면을 보면서 그들의 말을 따라 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는 점에서 게임과 영어 학습도구 개발은 유사하다”며 “다만 ‘따라 말하기’라는 언어 습득 방식을 더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 요소와 교육 효과의 분배에 신경을 썼다. 그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지면 시간대비 언어 습득 효율이 떨어지고, 교육만 하면 재미가 없어진다”며 “영어 공부를 지루해하지 않는 선에서 흥미 요소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사가 영어 실력 늘리기에 나선 건 왜일까. 2007년 한 업체로부터 영어학습 프로그램 제작 주문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번번이 개발에 실패하면서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영어 전문가들과 개발자들이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프로그램은 조금씩 모양을 갖췄다. 개발에 성공한 뒤 그는 영어를 못하는 직원 두 명에게 매일 오잉 커리큘럼을 따라 학습하도록 했다. 400시간을 투자한 한 직원은 영어로 된 드라마를 자막없이 봐도 50% 가량 이해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영어과목 도전을 마친 김 회장은 다음 단계로 수학 정복에 나설 계획이다. 수준에 맞춰 수학 문제와 설명을 제공하고 실력이 늘면 단계를 올리는 콘텐트를 올 가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그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영어·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실력을 늘릴 수 있다면 부모들은 사교육비가 줄어서, 자녀들은 공부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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