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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투표 끝내고 정치 영화나 볼까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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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최한서

4·13 총선이다. 청소년에겐 투표권이 없어 직접적인 참여는 불가능하다. 또한 정치 문제에 관심을 보이거나 집회에 참여하는 등 자기 의견을 표출하기라도 하면, 어른들로부터 ‘공부에 집중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정치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더 특별할지 모른다. 갈증을 덜기 위해 4·13 총선을 기념해 본격 정치 영화 2편을 소개한다.

첫 번째 영화, '킹스 스피치'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요크 공작(버티, 훗날 조지 6세가 된다.)은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어, 정치가로서 연설자리에 서는 것을 힘들어한다. [사진=㈜ 화앤담이엔티]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요크 공작(버티, 훗날 조지 6세가 된다.)은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어, 정치가로서 연설자리에 서는 것을 힘들어한다. [사진=㈜ 화앤담이엔티]

영화 '킹스 스피치'는 1939년, 왕위에 오른 조지 6세의 시련 극복 과정을 담은 영화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말을 더듬는 ‘버티(조지 6세)’는 연설을 해야 하는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하다. 그는 언어치료사 ‘로그’와 함께 자신의 말더듬을 극복하고자 갖은 노력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우선 정치인들이 국가의 중대한 문제 혹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연설을 하는 모습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만 해도 낯선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옛날 왕은 위엄 있게 군복 입고 말만 타면 됐지만, 이젠 집집마다 찾아가 환심을 사야 돼. 왕실 위상은 완전 밑바닥이 됐지.”


아버지 조지 6세가 크리스마스 연설을 끝내고 버티에게 던진 이 말에서 국가를 통치하는 절대적 ‘군주’의 개념이 점차 국민들의 지지와 여론에 영향을 받는 ‘정치인’으로 바뀌는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정치인도 말로써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이 80여년 밖에 되지 않은 일이라니,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가족과 대주교(오른쪽)가 한자리에 모여 세계정세를 담은 필름을 보고 있다. 히틀러의 유창한 연설을 보며 조지 6세는 그의 화려한 언변을 부러워 한다. [사진=㈜ 화앤담이엔티]

둘째, 히틀러의 연설 장면을 바라보는 버티. 영화 속 히틀러의 연설을 같이 보던 아이들이 ‘무슨 내용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은 청산유수구나.” 버티는 자신과 달리 유창한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히틀러를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 그것은 분명 조지 6세에게 필요한 자질이었을 것이다. 히틀러와 연설은 어떤 점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인물이니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정치인의 화려한 연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쩌면 당시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번지르르한 말솜씨와 껍데기는 어디서든 눈에 띄게 마련이다.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각종 공약과 전략, 연설에 둘러싸여 있다. 그 화려한 껍데기에 가려 연설의 본질을 보지 못하지는 않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히틀러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진 몰라도, 정치인의 연설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조지 6세는 왕위를 계승한 뒤 히틀러의 야욕에서 영연방과 세계를 지키고자 전쟁을 선포한다. [사진=㈜ 화앤담이엔티]

조지 6세는 왕위를 계승한 뒤 히틀러의 야욕에서 영연방과 세계를 지키고자 전쟁을 선포한다. [사진=㈜ 화앤담이엔티]

셋째, 조지 6세의 연설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영화는 말더듬을 극복하고 사랑받는 국왕이 된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히틀러의 야욕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영국도 그에 반발하여 전쟁을 선포하는 조지 6세의 연설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조지 6세 개인적 입장에서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국민을 위한 연설을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해냈고, 영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정세 속 신뢰를 줄 새 지도자를 얻게 된 것이며, 역사적으로는 독일의 야욕에 맞서 연합국의 의지를 단호히 드러내 전세계에 감동을 준 뜻깊은 연설이다. 이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지도자의 연설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슬픔에 빠진 국민을 달래는가 하면 불안에 떠는 국민에게 신뢰를 안겨주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연설의 힘이다.

영화는 정치인의 연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큰 재미는 없지만, ‘버티(조지 6세)’가 자신의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내 조지 6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감동을 준다.

두 번째 영화, '킹메이커'


‘킹메이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킹메이커’란 중요한 정치적인 권력자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영화는 ‘킹메이커’를 소재로 삼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라고 불리는 주지사

차기 대선후보라고 불리는 주지사 '모리스'는 선거캠프 홍보관 '스티븐' 덕분에 탄탄한 입지를 다져간다. 그런 스티븐에게 시련이 닥친다. [사진=시너지]

스티븐은 주지사 모리스의 선거 홍보 담당이다. 능력 있는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스티븐은 대선후보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모리스의 선거 결과에 큰 타격을 줄 사건을 알게 되고, 그 사건을 무마시킨다. 상대 진영은 그런 스티븐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자 본부장 톰을 보내 은밀히 접촉을 시도한다. 스티븐은 톰과 만난 사실을 자신의 본부장인 폴에게 알리지만, 폴과 주지사 모리스는 스티븐을 선거캠프에서 퇴출시킨다. 모리스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스티븐은 모리스가 자신을 내쫓은 것에 배신감을 느끼며 복수를 결심한다.

스티븐은 상대 진영의 본부장

스티븐은 상대 진영의 본부장 '톰'과 만나게 된다. 이 일로 스티븐은 갈등하게 된다. [사진=시너지]

영화는 스티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부분의 사건이 스티븐으로 인해 발생하고, 무마되거나, 혹은 복수의 칼날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거의 비춰지지 않았던 모리스 선거캠프의 본부장인 폴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 보자.

모리슨의 선거 본부장 '폴'(왼쪽)과 대선경선 후보 '모리스'. 폴은 '정치판에선 의리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얘기하며 스티븐과 결별을 선언한다. [사진=시너지]

폴은 상대 진영의 본부장인 톰과 접촉한 스티븐을 선거캠프에서 내쫓는다. 그는 정치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의리뿐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스티븐의 행동이 모리스와의 의리를 저버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폴의 모습이 인상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에 비춰지는 한국 정치의 양상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직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은 어른들의 정치와 제도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아직 단 한 표도 행사한 적 없는 청소년에게마저 신뢰를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스티븐과 주지사 모리스는 폴과 다른 신념을 가지고 정치세계를 헤쳐 나갔고, 결과적으로 폴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에도 폴과 같은 인물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글=이지윤·최한서(효양고 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효양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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