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게 생각하라 장시간사용말고 휴일엔 오지말고 첫 새벽 오지말라|노인구박하는 대중목욕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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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꼭두새벽엔 환영받지 못합니다』
『일요일·공휴일은 피해주십시오』
『장시간 목욕을 삼가시고 물을 아껴쓰십시오』-.
전국목욕탕업자들의 동업단체인 「한국목욕업중앙회」(회장 박광종)가 최근 전국의목욕탕에 경로우대노인들을 노골적으로 구박하는 내용의안내문을 내붙였다가 말썽이 일자 수거, 소각하는 소동을 빚고 있다.
82년 경로우대제 시행후 해당업계가 정면으로 이에 불만을 터뜨리고 제도철페를 주장한것은 이번 목욕업중앙회가 처음이다.
◇안내문=가로50cm, 세로75cm크기의 모조지에 인쇄된 안내문은 「한국목욕업중앙회」이름으로된『경로우대적용 노인들에게 드리는 당부말씀』.안내문은 서두에서 목욕요금이 현실화 되지못해 업계가 적자경영을 면치못하는 가운데 노인들에 대한 반액할인은 「물값도 안되는, 반대급부가 없는출혈요금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의 경로우대를 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고 노인들에게 협조요망사항으로▲반액요금은 국가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업소의 출혈로써이루어진다는사실을 명십하시고 폐를 끼친다는 마음가짐이 앞서야겠읍니다▲노인들은 시간보내기 장시간 목욕을 삼가시고 물을 아껴씀으로써 복을 받으십시오▲일요일·공휴일동 복잡한 날은 피하시고 평일의 한산한 시간대를 이용해 주십시오▲꼭두새벽 첫손님으로오시면 영업정책상 환영받지못합니다는등 6개항을 당부했다.
◇게시=서울시를 비롯, 전국의 5천여개 목욕탕은 4월초 이같은 안내문을 우편으로 받아 탈의장등에 게시하고있다.
안내문이 게시되자 노인들은 『이것은 경로가 아니라 늙은이에 대한 노골적인 천시모독』 이라며 곳곳에서 항의하고 있으며 노인아닌 젊은시민들도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식이하의 안내문이 명색이 전국규모의 동업자단체이름으로 나붙었는지 이해할수 없다』 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노인들의 항의와 시민들의비난이 빗발치자 부산시 목욕업지부등 일부에서는 4일상오부터 배포된 안내문의 긴급회수에 나서 거둬들인 안내문을 소각하는등 소동도 빚고 있으나 아직도 버젓이 붙어있는 곳이 많다.
▲박광종씨(66·한국목욕업중앙회장)=지난달30일 전국목욕당에 이같은 안내문을 발송해 게시했으나 여론이 좋지않아 2일 중앙회 명의로다시 철거지시를 내렸다. 아직 철거가 안된 업소에 대해서는 즉시 철커토록 하겠다. 노인들이 경로우대증을 제시치않고 할인요금만 내고 들어가 말다툼이 자주 일어나고 일부 노인들이 좋은 시설을 갖춘 목욕탕에 떼를지어 몰려다니는등 페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목욕업계의 고육책에서 발생한 일이다.
▲유수곤씨 (74·서울도봉구신동아노인회장) =말할수없는 서글픔을 느낀다.
목욕업소의 이와같은 조치는 허물뿐인 「경로」 의 작은예에 불과하다.
노인복지법이 제정되어있으나 제재조항이 없고 관공서에서도 이를 지키지 않고있으니 상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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