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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투표율 올리기에 민관이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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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투표하면 희망 청라, 기권하면 절망 청라', '지하철 7호선 꼭 달린다 말입니다!', '희망찬 청라 미래를 생각하신다면 꼭 투표하세요!', '당신의 소중한 한 표! 청라의 외침입니다!'

요즘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선 이런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형 아파트 단지는 물론 주요 도로 길목까지 곳곳에서 바람에 펄럭인다. 무려 40여개.

선거관리위원회나 정치권에서 내건 현수막이 아니다. 4·13 총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주민 모임인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와 인터넷 카페 '청라국제도시' 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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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이은정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 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후보가 선거 공약으로 7호선 연장, 시티타워, 연륙교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뤄진 것이 없다"며 "정치인들에게 주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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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이들은 선거 당일에는 각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협조를 받아 투표율 올리기 방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4·13 총선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인천지역 민·관이 총력전에 나섰다. '투표율 꼴찌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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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11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인천시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늘 하위권에 머물러 왔다.

지난 9~10일 치러진 4·13 총선 사전투표에서도 인천시의 투표율은 10.81%로 전국 평균 투표율(12.19%)보다 1.38%p 낮았다. 17개 광역 시·도 중 14위였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선 17개 광역 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다. 16·17·18대 총선에서도 내리 15위(총 16개 광역 시·도)로 하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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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지방선거도 상황은 비슷하다. 2·3·4대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16개 광역 시·도 중 맨 끝에 섰다. 2010년 치러진 5대 지방선거와 2014년 치러진 6대 지방선거도 각각 50.9%와 53.7%의 투표율로 13위, 15위를 차지해 하위권이었다.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에서는 충남과 함께 공동 꼴찌였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14위(총 17개 광역시·도)를 기록했다.

충청·호남·이북 5도민·영남 출신이 고루 모여 있어 선거결과가 전국 성적표와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지역 학계에서도 이를 연구했을 정도다. 2000년대까지는 공단이 밀집한 도시 특성상 투표 대신 일을 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다고 봤다. 또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 비중이 큰 탓에 지역 정체성이 모호하고 귀속·연대감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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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시민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정치외교학)가 2014년 1월 인천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인천지역 투표율이 낮은 이유'('인천의 투표율과 설문조사자료 분석:과연 정체성이 문제인가?' 논문 중)를 조사했다. '투표일에 일해야 해서'라는 답변이 26.2%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표 정치인이 없어서(25.4%)', '서울 출퇴근 때문에(23.6%)' 순이었다.

이 교수는 "선거에 관심이 많을수록 투표 참여도가 높다"며 "인천의 투표율을 높이려면 추상적으로 정체성 확립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투표참여를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율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투표안내 버스 운행, 축구장 전광판 홍보 등을 펼치고 있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인천유권자위원회'는 인천투표율 꼴찌 탈출을 위해 48시간 투표참여 활동에 들어간다. 직장인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각 전철역과 출퇴근 버스 승강장에서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최승욱 인천시선관위 공보팀장은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율 꼴찌 도시라는 오명을 떨칠 수 있도록 선거 전날까지 홍보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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