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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청소년 치유, 2인3각 도보여행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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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정법원의 비행청소년 치유를 위한 ‘2인3각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2인3각 프로그램은 한국판 ‘쇠이유(Seuil)’의 도보여행이다. 쇠이유는 실크로드를 걸어서 횡단한 프랑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만든 비행청소년 교정단체. 이 단체는 소년원 등에 수감된 비행청소년을 자국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온 성인 멘토와 함께 3개월 동안 1600㎞를 걷게 한 후 도보여행을 완수하면 귀가조치했다. 도보여행은 비행청소년의 단기 집중프로그램이었다. 그 결과는 도보여행을 마친 청소년의 재범률은 15%로 일반 비행청소년의 재범률 85%보다 극히 낮았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가 이 도보여행의 취지와 정신을 살려 2인3각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난해 첫 시행 했다. 두 사람이 각자의 다리 중 한쪽을 끈으로 묶고 달려가는 것처럼 성인 멘토와 위기청소년 멘티가 서로 마음의 다리를 묶고 한마음이 돼 도보여행을 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첫 2인3각 도보여행은 정영태(45) 부산가정법원 판사와 보호소년 강모(16)군이 한다. 정 판사는 연수 중인 연구법관이며,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란 강 군은 보호처분을 받고 현재 사법형 그룹 홈인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지내는 비행소년이다.

이들은 11일부터 19일까지 8박 9일간 제주도 올레길 등을 도보 여행한다. 하루에 6시간 정도 15~20㎞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유스호스텔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함께 생활한다. 비행청소년에게 여행을 통해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 판사는 “프로그램 취지가 좋지만 일주일 이상 아이들과 여행할 수 있는 멘토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자원했다”며 “함께 여행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치유의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2인3각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 1000만원은 박수관 부산가정법원 조정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YC TEC이 후원한다. 박 회장은 “2인3각 도보여행 이야기를 전해듣고 청소년을 위해 흔쾌히 후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행청소년 후원단체인 (사)만사소년이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멘토 등이 정해지는 대로 계속 이어진다. 후원금이 모두 소진되면 프로그램은 종료된다.

앞서 지난해는 2015년 11월2일부터 2016년 2월 27일까지 총 118일 일정으로 8명의 청소년이 멘토와 함께 여행했다. 이 때는 CJ나눔재단이 후원했다.

이미정 부산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비행청소년들이 인생선배인 멘토와 도보여행 등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지난해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올해도 많은 멘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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