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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기 쉬운 쓰레기용 준비 등 작은 배려가 청소원 일손 크게 덜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11일 서울 신림동에서 청소원인 남편을 도와 쓰레기를 치우던 부인이 손수레에 깔려 숨진 사고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부인이 남편의 과중한 일을 도와주러 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불행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이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청소원들의 어려운 근무여건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직업 치고, 어려움이 다 있겠지만 청소원들에게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우선 보수 면에서 그렇다.
우리는 구청에 고용돼 있는데 일용잡급직이어서 일당 6천4백여 원을 받고있다.
겨울철이면 아침 6시에 출근하여 각자 맡은 구역의 쓰레기를 전부 처리할 때까지 근무시간의 제한이 없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근무시간에 비해 일당이 적당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개인별로 자신의 책임구역이 정해져 있어 휴일 다음날엔 업무량이 배 이상 늘어나기도 한다. 일이 많을 때 산동네의 좁은 골목에서 손수레를 끄는 것은 여간 위험한 게 아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을 때는 아내나 아이들이 나와 함께 돕기도 한다.
구청에서는 사고위험 때문에 이를 말리고 있지만 형편상 가족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용산 구청의 청소원 중에도 때때로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일하는 사람이 있다.
현재 많은 가정에서 대문 옆에 커다란 시멘트 쓰레기통을 마련해놓고 거기에 쓰레기를 버린다. 큰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꺼내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다.
또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 물이 스며 쓰레기가 썩어 처리에 곤란을 느끼는 적도 많다.
큰 붙박이 쓰레기통보다는 옮길 수 있는 플라스틱통 같은 것을 쓰면 청소하기도 쉽고 청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부들이 주방의 오물을 버릴 땐 흔한 폴리 백에 담아 따로 버리면 처리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못쓰게 된 형광등이나 유리병도 마찬가지다. 깨진 유리에 찔려 다치는 경우가 흔하므로 따로 버리면 청소에 도움이 된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청소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조금만 배려를 해준다면 청소작업은 훨씬 힘이 덜 들 것은 틀림없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마음을 조금 써주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베푼다면 청소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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