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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충전해야 346㎞ 주행? 테슬라 지금 수입하면 ‘충전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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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기차의 등장은 100여년 간 유지해 온 기존 주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는 기존 내연기관(엔진)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기로 전기를 흘려보내야 한다.

충전, 용량 늘리면 시간 더 걸려
한국엔 급속 충전기 1대도 없어
“충전 인프라 없인 빛좋은 개살구"

배터리 충전 방식엔 급속과 완속 충전이 있다. 충전은 연료를 넣는 것처럼 ‘순식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휴대 전화부터 노트북, 건전지를 충전할 때처럼 일정 시간이 걸린다. 1회 완전 충전하면 최대주행거리가 200㎞ 이하인 전기차는 보통 완속 충전에 4~6시간, 급속 충전에 20~30분 걸린다. 그래서 완속 충전은 야간에 집에서 쉬거나 잘 때 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신드롬’을 일으킨 테슬라도 이런 충전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테슬라 ‘모델3’가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1회 완전 충전 때의 최대 주행거리를 기존 전기차의 두 배 수준인 346㎞까지 늘린 점이다. 내연 기관차가 엔진 배기량을 늘려 출력을 키운다면,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 주행 가능거리를 늘린다. 모델3는 소형 리튬이온 전지 약 7000개를 이어 붙였다. 바꿔 말하면 충전 시간도 기존보다 오래 걸린다. 테슬라는 구매자에게 집에서 쓸 수 있는 완속 충전기를 무상 지원한다. 하지만 100% 충전하려면 9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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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의 무료 급속 충전기 ‘수퍼 차저’로 충전하는 충전소. 테슬라는 이런 수퍼 차저를 미국 전역에서 409곳 운영 중이다. [사진 테슬라]

모델3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수퍼 차저’(super charger)로 불리는 테슬라 전용 무료 급속 충전기를 한국에 깔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어댑터를 연결하면 현재 전국에 깔린 급속 충전기(337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델3를 완충하는데 2시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수퍼 차저를 활용하면 완충 시간을 75분까지 줄일 수 있다(모델S 기준).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409곳에 수퍼 차저 2247개를 운영중이다. 중국·일본에서도 수퍼 차저를 운영하지만 한국은 전무하다.

수퍼 차저를 충분히 늘리지 않으면 충전소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45)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델3를 선보인 자리에서 “2017년 말까지 수퍼 차저를 전 세계 7200곳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만약 테슬라가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로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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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수명도 감안해야 한다. 모델S의 경우 배터리 무상 보증 기간이 8년이다. 휴대전화 배터리보다는 사용 기간이 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충전 능력이 떨어져 8~10년이 지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1000만~1500만원에 이른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배터리 충전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있다. 스탠포드대 자동차 연구센터는 2012년 전기차 무선 충전 실험에 성공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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