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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지도교사 이옥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큰아들 현규는 조금 더 말문을 틔워주시고, 기문이와 태경이는 콧물이라도 스스로 가리도록 해주시고, 막내 현희도 더 자유롭게 뛰놀도록 해주시고…』
김옥순 교사(56·경기도 평택안중국교)의 하루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와 같은 새벽 기도로 시작된다.
10여 년 동안 특수 아동만을 지도해오고 있는 김 교사에게는 l8명의 반 학생이 모두 아들딸이다.
『봄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나고…』
손수 만든 괘도를 놓고 말하기를 가르치는 김 교사는 선생님이라기보다 자상한 외할머니 같은 인상이다.
뇌성마비로 대·소변을 못 가리는 아이, 말더듬이, 저능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정서 장애아들이 계속 떠드는 가운데서도 차분히 수업을 진행한다.
패찰은 3학년6반이지만 l8명 학생이 제각기 달라 「18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셈. 교실에는 김 교사가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 손수 만든 각종 학습자료들로 가득하다.
6·25 피난시걸 고아원 보모로 출발한 김 교사는 그때 만난 고아 소년의 엄마노릇 부탁을 거절 못해 결혼마저 포기한 처녀 교사. 이제 그 소년도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콧물을 닦아주고 대·소변을 받아 내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해야 하는 특수학급 지도는 남다른 사명감과 교육애를 필요로 한다.. 더구나 이곳 학생들은 가정환경마저 불우한 농촌 학생들.
김 교사는 이들을 돌보는 것을 천직으로 여긴다. 머리를 감겨주고, 빨래도 해주고, 박봉을 쪼개 옷을 사 입히기도 한다. 한때는 학급 경비 마련을 위해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폐품을 모았다.
한평 남짓한 사무실은 크고 작은 상자와 보따리로 가득하다. 18명 아들딸들의 학용품·옷가지 등을 담은 것들.
이에 김교사는『가정에서조차 냉대 받는 저 아이들을 어쩌겠어요. 저 자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이라며 겸손해 한다.
동네에서도 집 없는 여섯 식구와 함께 생활하는 등 인정 많은 아줌마로 알려져 있다.「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을 좌우명으로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김 교사는 포상이나 승진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그를 이 학교 현종관 교장은 『가장 훌륭한 교사인 한편 가장 처지는 교사』라고 평한다.
경험을 토대로 해서 특수학급 지도 교재를 펴내는 게 꿈이라는 김 교사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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