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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의 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프랑스 최고 셰프들 만찬 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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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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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 대표(가운데 빨간 옷)와 ‘소 프렌치 델리스’에 참여한 프랑스 셰프들이 한·불 간 음식문화 교류의 장을 가졌다. [사진 콩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푸드 페스티벌 ‘소 프렌치 델리스(So French Delices)’가 성황리에 끝났다.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 여러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양국의 미식(美食)축제에 많은 시민이 호응해 줬다. 개인적으로도 ‘콩두’ 주방에 프랑스 외교부의 수석셰프 티에리 샤리에를 초빙해 뜻깊은 교류의 시간을 보냈다.

된장·고추장으로 만든 요리 내놔
K푸드 유럽 퍼질 계기됐으면

‘소 프렌치 델리스’ 행사를 조직한 두 프랑스인, 리오넬과 요한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외교관 출신인 두 사람은 이스라엘 주재 프랑스대사관에서 함께 근무하던 중 ‘미식을 통한 문화외교’를 생각하게 됐고, 2013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고 한다.

이들이 서울에서 한·프랑스 미식축제를 계획하고 있다며 ‘프렌치 셰프와의 컬래버레이션’에 관심이 있는지 내게 물었다. 서울에 많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는데 왜 한식당일까. 그들의 설명은 간단했다. “서로 문화를 알고 이 만남을 통해 앞으로 해 나갈 교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19세기 초 조선에 프랑스 선교사가 파견되면서 시작된 프랑스와 한국의 관계는 1886년 조·불 수호통상조약을 기준으로 130년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때 중국 상하이(上海)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활동한 곳도 프랑스 조계(租界·치외법권 거류지)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제3차 유엔총회를 통해 전 세계에 공표됐던 곳도 파리였다.

프랑스의 문화를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연상될까. 요리·영화·문학·의상·미술 등 여러 분야에서 프랑스는 무엇보다 예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에 맞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것이며 또한 어떤 이미지로 구축돼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 보기로 했다. 해답은 ‘시간이 품은 맛’이었다. 그들에겐 없는, 우리만의 맛과 전통을 알려 주고 나아가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이 맛을 내기 위해 우리 식자재를 찾아 쓰게 할 수 있다면…. 티에리 샤리에 셰프 외에도 엘리제궁(대통령 관저)의 총괄셰프 기욤 고메즈 등 이번 미식축제를 위해 방한하는 이들의 이름이 쟁쟁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경험하게 될 미식 여정에 ‘느낌표’를 찍어 주고 싶었다.

본행사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22일 프랑스 셰프들이 모두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을 위해 ‘콩두’에서 비공식 환영 저녁자리가 마련됐다. 총 14인의 셰프와 ‘소 프렌치 델리스’ 조직위원회 모두가 참석했다. ‘장, 시간을 넘은 맛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고추장·간장·청국장·된장을 소스로 한 8가지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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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레스토랑 ‘콩두’ 대표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과 기순도 명인(간장)이 참석해 전통 한식의 의미를 더해 줬다. 최정화(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교수의 유려한 통역 덕에 우리 맛이 품은 의미가 품격 있게 전달됐다. 무엇보다 갖은 장과 소금 등 10여 가지 품목을 선물로 준비한 청정원 측에서 프랑스 셰프들이 앞으로 우리 식자재를 요리에 이용하겠다면 지속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해 셰프들의 환호를 얻었다. 이들의 선구적인 소개를 통해 유럽의 일반 가정과 식당에 우리 장의 깊은 맛이 알려지고 동네 수퍼마켓에서 흔히 팔리는 상품이 되는 그날, 나 역시 기쁨의 환호를 지르게 될 것이다.

한식레스토랑 ‘콩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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