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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호전에 수출 감소세 멈칫, 하반기 반등 기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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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가속이 붙던 수출 감소세가 지난달 누그러졌다. 월별 수출 성장률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스마트폰과 철강제품 선전으로 4개월 만에 한 자릿수 감소에 머물렀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43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18.9%), 2월(-12.2%)보다는 좋아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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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세는 주력 품목 중 철강과 스마트폰 판매 증가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 2월 1년 전에 비해 2.9% 줄었던 철강제품 수출은 지난달 14.7%로 뛰어 31억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철강제품 수출 증가는 올해 시작된 중국 철강기업 구조조정과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오른 덕분이었다.

3월 수출 -8.2%로 한 자릿수 감소
소비자물가도 2개월째 1%대 상승

특히 영국 해양플랜트에 수출된 7억7600만 달러 규모 철구조물도 지난달 실적에 보탬이 됐다. 스마트폰 판매도 삼성전자 갤럭시S7과 LG전자 G5 등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월별 수출 증가율이 39.1%로 2월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41.6%)과 석유화학(-9%)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보다 더 떨어졌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유가가 전월보다 5달러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보다 35% 이상 낮은 수준”이라며 “저유가로 인한 수출 하락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출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출경기 방향성 판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수출이 하반기에 수개월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40달러대로 올라가고 있고 중국의 주가와 환율이 연초보다는 안정되고 있다”며 “대외적인 환경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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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대내 경제지수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2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왔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14년 12월부터 11개월 동안 0%대를 유지했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채소·과일 등을 묶어 놓은 신선식품지수는 9.7% 올랐다.

한국은행의 경상수지도 지난 2월 75억1000만 달러로 48개월 최장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세가 반짝 신호에 그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년 전에 시작된 엔저 현상으로 일본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세계 무대에서 점차 국산 제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손에 잡히지 않는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과 해운 등 수출 관련 기업 설비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지역별 수출 실적에서 일본 제품이 우세한 중남미(-32.6%)와 아세안(-14.1%)의 국내 수출액 하락세가 컸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동남아나 아프리카는 일본이 이미 선점하고 있다”며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중심의 중장기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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