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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가 말하는 나의 이생 나의 건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자강 조경한.. 상해임시정부 국무위원 14명 중 마지막 남아있는 최후의 증인으로 「움직이는 독립운동사」 「살아있는 임시정부」다.
기미 66년을 맞으며 그는 근 10년만에 파고다 공원으로 나들이를 했다.
곱게 차려 입은 두루마기하며 단아한 모습은 노교육자를 연상케한다. 그의 어디에서도 「여든다섯」을 추량해내기 힘든 정정한 모습이다.
북·동만주의 설원을, 때로는 장백의 밀림을 누비며 대순자대첩등 대소 1백여회의 전투를 치른 무골기운과 서릿발 같은 투지가 아직도 안경 너머로 번쩍인다. 규칙적이면서 바쁜 생활이 그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기상하면 바로 30∼40분간 정좌법을 실시한다. 반듯이 앉아 호횹을 조절하고 심기를 가라앉히며 정신을 통일시키고 복식호횹으로 활동성을 보전하는 심신수련법을 수십년째 실시하고 있다.
저녁 10시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똑같은 정좌법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래서 병마가 침입할 틈이 없단다.
한 겨울을 빼고는 아침산책도 거르지 않는다. 집(서울 중곡동243의8) 근처의 어린이대공원 담장을 따라 30분 남짓 걷고 나면 밥맛이 당긴다.
오전은 회고록 집필에 여념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환국까지의 「자강회고록」국외편출간에 이어 국내편도 원고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어 늦어도 광복절까지는 한국종교협의회를 통해 출판될 것 같다고 말한다.
오후에 찾아오는 내방객을 일일이 맞기도 하며 여기저기서 부탁해오는 비문의 붓글씨를 써주기도 한다.
그의 식사는 아주 규칙적이면서 퍽 까다롭다. 짜고 매운 것은 질색이며 몸에 나쁘다는 것은 스스로 알아서 취하지 않는다는 부인 최운영여사(69)의 설명이다.
마음에 맞지않는 세월을 하도 많이 보낸 탓인지, 아니면 마음이 무뎌진 탓인지 모처럼 탑골공원에 나와도 별다른 감화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자강은 공원 한쪽을 가리키며 이곳에「임시정부기념비각」만이라도 하나 세워졌으면 하는게 그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소망이라고. 여러번이나 이런 뜻을 전해 보았지만 반응은 항상 냉담했다고.
그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마음이 약해지고 마음이 약해지면 용기는 줄어드는 대신 유혹에 약해진다며 자신은 선약심경에 나오는 「공즉시색, 색즉시공」의 마음으로 지낸다고 말한다. 욕심내지 않고 착하게 살면 그것이 곧 건강하게 사는 길이 아니겠느냐며…. <글 신종오기자><사진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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