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싱가포르취업 "도중하차"|2년계약한 여성근로자 193명 9개월만에 경영난 핑계로 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싱가포르=남상조 지사장】우리나라 생산직 근로자들의 해외취업은 1단계 사업부터 실패작으로 끝나게 됐다.
지난해 6월 중순 노동부 주선으로 고려해외인력 개발을 통해 여성생산직 근로자로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진출, 2년간의 고용계약으로 전자타자기 조립생산회사 스미스코로나에 취업한 1백93명이 최근 회사측의 인력감축계획에 따라 취업 9개월만인 3월하순까지 귀국할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이는 스미스코로나 측이 지난달 18일자로 우리나라 여성근로자들을 23일까지 해고하겠다고 개별통보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대사관측에 알려옴으로써 확인됐다.
이 회사는 우리 근로자들이 취업할때부터 급료가 당초 인력송출을 맡았던 고려해외인력개발에서 제시했던 9백싱가포르달러(약36만원)의 절반수준 이하인 4백4 싱가포르달러(16만원)밖에 안돼 말썽을 빚기도 했었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의 경기동향과 노동정보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당국의 해외인력 송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고 통보>
스미스코로나측이 한국여성 근로자들에게 감원및 귀국조치 결정을 통보한 것은 지난달 18일.
회사측은 이 통보문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주문량이 격감, 경영난에 허덕이고 경비절감을 위해 우선 한국여성근로자 전원을 3월23일까지 감축하고 이어 말레이지아 근로자들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또 한국대사관에 대해서도 이같은 결정을 통보하면서 이 조치와 관련, 한국근로자들의 귀국 항공료와 12∼13일분의 급료를 더 지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근로자들의 표정>
해고통보를 받은 1백93명의 여성근로자들은 처음 상당히 술렁이었으나 곧 평온을 되찾고 『귀국하는날까지 열심히 일해 한국인의 근면성과 의연함을 보여주자』면서도 회사측의 일방적인 해고통보에 대해 최소한 1개월분의 윌급을 추가 지급해주는 등 적절한 피해보상읕 요구하고 있다.
또 이들중 상당수는 현지의 다른 회사에 취업을 알선해주도룩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사관>
대사관 측은 우리근로자들의 귀국통보에 따른 대책을 협의, 이들이 귀국할때 물어야할 인컴텍스(소득세)를 회사측이 배려해줄 것을 교섭중이나 회사측은 중도귀국에 따른 회사부담도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피해보장문제에 대해서도 속지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싱가포르 관계법규와 계약조건상 회사측에서 해고 1개월전에 이를 통보하면 별도의 손해배상올 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 달리 배상을 받을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대책>
노동부와 취업알선을 맡았던 고려해외인력개발측은 1일 현재 이같은 사실올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곧 진상을 파악,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스미스코로나측이 근로계약조건울 위배, 일방적으로 해고한다면 외교채널을 통해 손해배상·해고수당 등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려측도 곧 직원을 현지로 파견, 진상을 조사한 뒤 해고수당과 근로자들의 선별귀국문제 등을 교섭하겠다고 밝혔다.

<스미스코로나사>
싱가포르의 미국계 합작 전자타자기 조립생산회사로 현재익 취업근로자는 현지인울 비롯, 한국인·말레이지아인등 모두 3천여명.
지금까지의 전자타자기 하루생산량은 2천2백여대에 이르렀다.
주요 수출대상국은 미국과 유럽으로 대부분 주문생산을 해왔으나 지난해 연말부터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격감, 조업단축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을 해고 조치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