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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으로도 분산투자 효과…주식·펀드 장점 모은 ET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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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식과 펀드 투자의 장점을 합한 상장지수채권(ETN)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11월 출범 당시 4700억원이던 시가 총액은 25일 현재 2조1448억원으로 불어났다. 10개였던 상장 종목도 같은 시기 82개로 늘었다.

거래소에 상장돼 매매 자유로워
차익 비과세 효과에 거래세 면제
기초자산 따라 수익률 출렁 조심

ETN은 특정 주식 종목이나 원자재 가격을 펀드처럼 묶은 상품이다. 원자재, 금리, 주가 등 다양한 기초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올린다. 그러면서도 일반 주식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수수료도 0.2~1.0%로 일반 펀드보다(약 1.7% 수준) 낮다. 주식거래와 달리 증권거래세(0.3%)가 면제되고, 국내 주식이 기초자산이면 매매차익 역시 비과세다. 소액으로 펀드와 같은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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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N은 흔히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지수나 원자재를 묶은 뒤 이들 가격이 변화함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는 발행 주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일종의 펀드다. 반면 ETN은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일종의 ‘채권’이다. 더 큰 차이는 수익률 오차다. ETF는 합성 ETF를 제외하면 실제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실물)을 자산으로 담아야 한다. 이로 인해 운용사의 능력에 따라 이 기초자산 가격과 실제 수익률 간에 1~2% 정도 오차가 있다. 이와 달리 ETN은 기초자산 가격만큼만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고 실제 그 종목을 운용할 의무가 없어 기초자산 가격과 수익률이 거의 같다.

최소 5개 종목만 묶으면 상품 발행이 가능해 ETF(10개) 보다 상품을 훨씬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는 점도 ETN의 장점이다. 임상백 삼성증권 ETN파트장은 “매매단위가 1만원 내외라 소액으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며 “ETN은 ETF보다 투자처를 세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형별로는 화학주 관련 ETN의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연초 이후 ETN 수익률 상위 10개 중엔 대우증권의 ‘에너지화학 Core5 ETN’, 삼성증권의 ‘화학 테마주 ETN’, NH투자증권의 ‘QV 화학 TOP5 ETN’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기초자산의 가격변화에 수익률이 쉽게 출렁이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장세가 급락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한 ETN 상품은 올해 초 이어진 저유가 여파로 최근 3달간 수익률이 -30%를 기록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만기일 때 최대 손실과 이익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손익제한형 ETN’ 를 상반기 중 도입할 계획이다.

ETF와 달리 발행한 회사가 망하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할 점이다. 이로 인해 ETN은 자기자본 1조원, 신용등급 AA- 이상인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조병인 한국거래소 ETN팀장은 “ETN은 주가나 원자재 가격 변화가 곧바로 손익에 반영되기 때문에 투자 시점을 세심히 살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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