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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만이 살길…미「실리콘밸리」를 배우자"|서독도「기술공원」설립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독에서는 최근「기술 히스테리」라는 일부 비판 속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방한「기술공원」(테크놀로기셔파르크)이 각 지방자치정부에서 경쟁적으로 설립되고 있다.
기술혁신과 기술개발에 대한 의욕과 창의성은 있으나 자본과 시설이 미비된 소규모 기업이나 젊은 기술자들에게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값싼 시설과 사무실을 이 기술공원은 제공해주고 있다.
현재 서독 50여개 도시에 설립돼 있는「기술공원」의 아이디어는 서베를린 시정부에서 처음으로 실현되었다.

<지방주정부 경쟁>
서독의 유수한 전기전자회사인 AEG텔레풍켄사가 82년 조업단축과 함께 서베를린의 1백년 이상된 거대한 공장을 폐쇄하자 서베를린 시당국은 이 유휴시설의 활용방안으로「서베를린 기술혁신 발명센터」를 설립했다.
그 후 쓸모없이 버려질 줄 알았던 이 공장시설 안에서 야심만만한 젊은 기업인들이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로보트에서 위장의 산도를 측정하는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창의성에 따른 기술제품을 시험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서베를린 기술혁신 센터」는 작업과 연구에 필요한 시설과 공간은 물론 비서·전화교환대·사무실이나 회의실 등을 모두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젊은 기업인들이 혼자서는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러한「기술공원」은 바로 옆에 대학이나 공공 과학기술 연구소의 실험설비가 갖추어져 있어 손쉽게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거기에 아직 경영기술이 미숙한 젊은 기업가나 과학자들에게 경영계획에서부터 마키팅에 관한 자문도 해주고 자본지원은 물론 개발해낸 신개발품에 관심 있는 기업이나 연구소와의 협력도 알선해준다.
이처럼 베를린의 「기술혁신센터」가 활기를 띠자 금년에는 서독에서도 유수한 전자회사·컴퓨터회사 등이 이「기술공원」에 입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를린의 이같은 활기에 따라 서독의 다른 지방자치 정부에서도 잇달아「기술공장」(칼스루에), 「기술센터」(아헨)라는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성격의「기술공원」이 설립돼 현재 전국적으로 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두뇌분산 우려도>
또 앞으로 1백개의 도시에서 비슷한「기술공원」설립계획을 밝히고 있어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초기단계라 활기를 띠고 운영중인 곳은 베를린·아헨 등 10여개소에 이르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도 이미 함부르크·하노바·슈투트가르트 등 대도시에서 개설을 서두르고 있어「기술공원」의 성공여부는 앞으로 여러해가 지난 뒤에야 판가름할 수 있을것 같다.
이처럼「기술공원」이 다투어 생겨나자 일부 대학연구기관에서는 「기술 히스테리」라는 표현으로 뒤따르게 될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지방자치정부들이 지역적인 경기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섬으로써 서독의 기술두뇌가 분산돼 전체적으로는 낭비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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