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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오달수, '대배우'에서 첫 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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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는 영화 ‘대배우’에서 무명 배우 장성필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그는 참 신기한 배우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120% 시너지를 내고,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존재감을 남긴다. 함께 한 배우들의 찬사가 증명한다. ‘암살’에 함께 출연한 하정우는 그를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이라고 했다. ‘조선명탐정’의 김명민은 “사랑스러운 아내 같다”고 했고, ‘국제시장’의 황정민은 “믿음직한 아버지 같은 배우”라고 했다. 하도 많은 1000만 영화에서 주연을 빛냈기에 ‘천만 영화 최다 출연 배우’, ‘천만요정’, ‘1억 배우’ 같은 별칭도 얻었다.

배우 오달수(48) 얘기다. 감초 조연의 대명사인 그가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대배우’(석민우 감독)가 30일 개봉한다. 20년 무명 연극 배우 장성필의 얘기다. 그 자신을 똑 닮은 역할이다. 영화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람들을 웃고 울리며 희비극을 오가는 오달수식 유머와 페이소스는 여전하다. 당사자는 무척 진지한데, 보는 사람은 웃음이 빵 터지고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한 번도 웃기려 작정하고 연기한 적 없어요. 상황이 웃기니 관객이 웃는 거죠. 한 박자 늦는 제 호흡이 재미있다고 하는데, 타고난 제 본래의 리듬이 느린 거에요. 그걸 어떻게 계산하고 연기하겠어요.” 그는 “욕심내지 않고 상황에 자신을 던져야 슬픔이든 기쁨이든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 밖의 오달수는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내성적이고 낯을 가려 영화 출연 계약서에 ‘예능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을 정도다. 오달수는 자신의 코믹 연기를 두고 “편안해 보이지만, 사실 대단히 연극적인 연기”라고 말했다.

“연기는 과학이에요.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 500만 경우의 수를 준비하듯, 다양한 인간 유형을 분석합니다. 직업이 뭔지, 취향은 어떻고, 혈액형,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까지.” 배역당 300개의 질문 해보기가 그가 입체적인 인물을 탄생시키는 배경이다.

또 과하지 않은 연기도 특징이다. “젊은 시절 이윤택 연출가에게 배운대로 관객의 몫을 30% 남겨둡니다. 그래야 관객이 스스로 상상할 수 있고, 관객을 설득할 수 있거든요.”

다른 배우와의 콤비 플레이도 상대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가령 (김)명민씨는 살갑고 순한 인품을 지녔죠. (황)정민씨는 현장을 야생마처럼 누비는 배우고요. 그에 따라 제 리액션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주연 배우를 잘 받쳐주는 게 조연의 역할이니까.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상대 배우를 빛내야 자기도 빛납니다.”

오달수는 스무 살에 연극 팸플릿을 돌리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들어갔다. 2000년 “젊은 연극인들의 아지트를 만들어주고 싶어” 극단 신기루 만화경을 차렸고, 지금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선다.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의 단역으로 영화 데뷔를 한 후 충무로에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내 가족은 식구들이 있는 연극계와 극단”이라고 말한다.

“‘대배우’ 대본을 읽고 깜짝 놀랐어요. 감독이 연극계를 속속들이 알고 썼고, 성필이 저랑 많이 닮아서요. 저도 극 초반의 성필처럼 성공에 무관심했고, 남들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연극에 매달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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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우를 못했다면 노숙자가 됐을 것”이라 할 정도로 배우 외의 삶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배우의 삶은 철저히 자기를 버리는 길이에요.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한 인물을 떠나보내는 건 아주 공허하죠. 그게 얼마나 힘들면 추송웅 선생이 배우는 전생에 죄 지은 이라고 했겠어요.”

그럼에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난 막걸리가 있으니까(웃음). 취미는 음주 수련입니다. 오래 오래 즐겁게 연기하며 술 마실 수 있도록.”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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