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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슨 죄…파키스탄 공원 테러 72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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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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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부상 당한 여성이 병원에서 아이를 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자마트 울 아흐라가 자행한 자살폭탄 테러로 어린이공원을 찾은 어린이와 여성 등 최소 72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라호르 AP=뉴시스]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라호르에서 27일(현지시간) 기독교인들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72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도심 내 어린이 공원인 ‘굴샨 에 이크발 공원’ 앞에 모여있던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공격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폭발은 공원 입구 그네 옆에서 발생했고 사망자 다수가 아이들과 여성이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분파, 어린이 공원서 자폭
부활절 행사하던 기독교인 겨냥

테러 발생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파키스탄탈레반(TTP)의 분파인 자마트 울 아흐라는 “피의 작전을 시행했다. 이번 공격은 부활절을 맞은 기독교인들을 정교하게 겨냥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TTP의 중간급 지도자이던 오마르 칼리드 호라사니가 2014년 TTP에서 축출당한 후 만든 조직이다. 지난해 3월 14명이 숨진 라호르 가톨릭 성당 폭탄 테러와 지난 7일 17명의 목숨을 빼앗은 차르사다 법원 자폭 테러를 감행한 조직이다.

목격자 자베드 알리(35)는 로이터통신에 “모든 것이 흔들렸고 먼지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공원 내에 있었던 캄란 바티(34)도 “아이들이 무슨 죄냐”며 “우리는 아이를 잃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아이를 잃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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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경찰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어린이공원 앞에서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AP=뉴시스]

경찰 간부 하이더 아시라프는 “부활절을 맞아 가족 단위로 나왔다가 희생당한 이들이 많았다”며 “테러로 사망한 이들은 오히려 무슬림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희생자 72명 중 29명은 아이들이었다. 3달 전 결혼한 신혼부부도 목숨을 잃었고 일가족 8명이 모두 숨진 경우도 있었다.

펀자브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흘간의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파키스탄은 1억9700만명의 인구 중 이슬람교도가 97%이고 가톨릭과 개신교도는 1.6%뿐이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이번 공격은 비겁한 일”이라며 “정부의 성공적인 테러리즘 척결에 반작용”이라는 성명을 냈다. 샤리프 총리는 2001년 이후 TTP 테러로 6만 명 이상의 국민이 희생당했다며 테러 및 극단주의 척결을 위한 전쟁을 벌여왔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파키스탄과 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에 재앙적 테러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201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라호르에서 무고한 사람을 무분별하게 살해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모든 생명은 고귀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여성교육권을 주창한 유사프자이는 2012년 하교 길에 TTP의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진 바 있다.

교황청은 “기독교 소수자를 겨냥한 광신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문 이후 35년 만인 올해 파키스탄을 방문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을 신속하게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파키스탄에 사는 종교적 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개인의 안전을 확보할 최대한의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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