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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선거」교육 겉돌고 있다"|초·중·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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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선학교에서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무교육 6년 동안 민주선거에 대한 교육은 단 한 번에 그치고, 초·중·고교 12년 동안 학생들은 그들의 대표를 한번도 그들 손으로 뽑지 못한다. 최근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선거유세가 초·중·고교 운동장에서 열렸지만, 정작 학생들은 선거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투표를 해보는 소중한 교육적 기회마저 차단하고 있다.
의무교육인 국민학교 6년 동안 학생들이 선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6학년 1학기 사회시간 단 한번뿐.
국교 사회교과서(6학년 1학기용) 26페이지를 보면 「국민의 권리」를 설명하면서 6줄에 걸쳐 참정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어 4장을 넘기면 3페이지에 걸쳐 「투표하는 날」 이란 제목으로 선거유세 장면사진 한 장을 곁들여 국회의원선거를 설명하고 있는 것에 그친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중학교 사회교과서(3학년용 상권) 34∼35페이지에서 여론과 정당을 설명하고있고, 이어「선거제도」 란 단원에서 선거의 의의와 선거제도 등의 기본적인 개념을 3페이지에 걸쳐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전부.
고등학교에서는 약간 깊게 가르치는 편. 고등학교『정치경제』교과서를 보면 「우리 나라의 민주정치」를 설명하는 단원에서 63페이지부터 5페이지에 걸쳐 정치과정을 설명하면서 여론과 선거· 선거제도· 정당· 사회단체 등을 다루고 있다.
정 모 교사 (서울H국교) 는 『민주정치의 생명인 선거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려고 해도 가르침의 동기를 부여해주는 교육적인 자료, 즉 교과서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그나마 배운 민주주의와 민주정치에 대한 지식은 이를 활용할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선거에 대한 가르침을 학교에서 경험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는 반장선거와 학생회 임원 및 학생회장 선거 등이다.
국민학교의 경우 반장선거는 일부 학부모의 치맛바람으로 오염되고 있거나 인기투표의 경향을 띠고 있어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실정. 한편 학생회장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각 학급 반장·부반장으로 구성되는 대의원회의에서 간접선거방식을 통해 선출된다.
중학교 학생회장의 경우에는 줄곧 지명해 오다가 80년 이후에 비로소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했다.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는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간접선거로 선출해 오다가 75년부터 학생회가 없어지고 학도호국단이 생기면서 일방적으로 임명해 오고 있다.
김모 교사 (서울K고교) 는 『사회교과시간에 배운 민주주의와 민주정치에 대한 지식은 상급학교 입학시험에만 이용되고 있다』며 『가르침은 그것이 생활화될 때 그 교육적 효과가 커진다』 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암기」로만 민주선거에 대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고교를 졸업한지 2년만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민주선거제도 등에 대한 생활화교육이 시급함은 이번 국회의원 유권자중 20대가 35· 8%나 된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김인회교수 (연세대) 는 『민주주의는 곧 생활양식이므로 학생대표는 학생들 자신이 직접 뽑고 홈룸시간도 활성화시키는 등 학교생활에서부터 민주시민교육을 생활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양재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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