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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장 리드로 박수부대 팀웍 과시|막바지 열기…유세장 진풍경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7일 서울 신천국교에서 열린 강동지구 마지막 유세는 4천여 청중들의 환호와 야유 속에 「마지막 한 표」를 낚아 보려는 후보들의 열띤 공방전이 절정을 이뤘다.
처음 등단한 정정휴 후보(신사) 는 『민정당후보는 1인당 1만원씩 주고 시내에서 박수부대를 사왔다』 고 포문을 연 뒤 『수없이 경찰서를 들락거리느라 30년 야당생활 끝에 가진 것이라고는 방 한 칸 밖에 없다』며 자신의 야당성을 강조.
정 후보는 특히 「유권자들의 한 표는 폭탄과 같다」 는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 『여러분이 저에게 표를 던져주면 메가톤급 폭탄이 되어 쓸모 없는 쓰레기들을 싹 쓸어버리겠다』 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로 연단에선 정진길 후보 (민한)는『민주주의는 일방통행 아닌 쌍방통행』 이라고 여당의 독주를 질책한 뒤 『과거 공무원 중 가장 부패가 심한 세무서장직을 지내면서 부정축제로 인해 숙정됐던 신민당의 김 후보가 어찌 김대중선생 운운하며 표를 구걸할 수 있겠느냐』며 신민당의 김동규 후보를 맹공.
이어 김동규 후보(신민) 는『무장경관들에 의해 연금된 김영삼 총재가 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김 총재의 영부인이 이곳에 직접 오셨다』며 『영부인 어디계십니까』 라고 부르자 김 후보의 말을 정말인줄 안 경찰이 김영삼씨 부인을 찾느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한동안 소동을 벌이기도.
김 후보는 자신을 사꾸라라고 몰아 세운 정진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자기 소속당의 유 총재 사진은 커녕 과거에 쫓아다녔던 이철승씨 사진 한 장 팸플릿에 넣지 않은 자가 누구를 보고 사꾸라라고 하느냐』며 응수한 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총칼의 위협에도 민주화는 반드시 찾아온다』 고 열변.
마지막으로 민정당의 정남 후보가 등장하자 『우우』하는 야유와 『와』 하는 함성이 교차, 연설 초반부터 일대 공방전.
정 후보는 『모 후보는 지난4년간 아무 것도 한일도 없이 공짜로 국회의원 하려하고, 모 후보는 돈만 손에 들고 설탕뿌리며 국회의원 되려한다』며 야당후보들을 싸잡아 공격.
○…7일 하오 서울 청담동 언북국교에서 열린 강남구의 마지막 유세장에는 이태섭 후보 (민정)를 지지하는 열성당원들이 조직적인 응원작전(?) 을 벌여 이채.
응원부대들은 연단 앞에 자리한 청년응원단장이 리드하는 대로 박수와 함성을 마음대로 구사해 일사불란한 팀웍을 과시한 것.
이에 대해 김형내 후보 (신민) 는 『이태섭, 이태섭』하는 소리가 『위태롭다, 위태롭다』로 들린다며 『부실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다보니 나라의 빚이 태산만 해졌다』 고 여당을 비판.
○…이날 강남구 유세장에는 청중 몇 사람이 편안하게 유세를 들을 수 있는 「장비」를 갖고 나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청효2동에서 온 김복순 할머니 (61) 가 낚시용 의자를 가져왔고 김모씨 (35) 는 목욕탕에서 이용하는 플래스틱 받침대를 가져와 느긋한 자세로 시종 연설을 경청.
이를 본 유권자들은 『유세하는 것도 아이디어 싸움이지만 유세를 듣는데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고 한마디씩.
한편 이날 언북국교 정문 앞에서 대목(?)을 노리고 포진했던 순두부장수 김영숙씨 (34)는 『날씨가 추워야 좀 팔리는 건데 이렇게 날씨가 따뜻해 망했다』며 울상.
○…7일하오 서울연희국교서 열린 서대문-은평구 유세장은 「암모니아수」 사건 때문인지 입구에서 큰길에 이르는 1백여m 골목길에 경찰이 도열해있어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사열을 받는 기분」으로 입장.
그러나 청중수가 자꾸 늘어나면서 운동장이 비좁아지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무시한 처사』라며 선관위 측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
○…이날 유세에서 이춘우 후보(국민)는 상복을 입고 등단, 눈길을 끌었으나 유세 끝 부분에 『어이 어이, 자유민주 어디 갔나』 하며 곡을 하자 일부유권자들은『기행(기행)으로 표를 모으려고 하는 것은 착각』 이라고 한마디씩.
또 유권자들은 윤길중 후보(민정)가 유세를 시작하기 전 선관위원 쪽을 향해 『요즘 어선도 납북되는 정국인데 특정후보에 대한 비난이나 야유를 삼가달라』 고 주문한데 대해서도 『안보를 팔아 표를 모으려는 것도 낡은 수법』 이라며 야유.
○…7일 서울용산국교에서 열린 마포-용산구 유세장에는 NBC·CNN·NTV 등 외국의 방송기자들도 열띤 취재경쟁.
TV기자들을 의식했음인지 노승환 후보 (신민) 는 때마침 자신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 방송의 기자를 향해 편향보도를 하는 공영방송을 질타한 뒤 『가까이 오면 따귀라도 한대 때리려했다』 고 말해 청중들이 환호. 우연인지 이 말이 끝나면서 이 TV기자가 곧 하단하자 유권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7일의 유세에서는 KBS와 MBC의 편향보도에 대한 집중성토가 곳곳에서 벌어져 눈길을 끌기도.
1만5천여 명이 모인 광주동-북구유세에서는 신민당의 신기하 후보가 방송의 편향보도를 비난하면서 시청료를 내지 말자고 주장,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박살내자 KBS』를 두 번이나 외쳤다.
강원도 속초시 영랑국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민한당의 허경구 후보가 『오늘날 우리 나라에 공영TV는 없고 오직 MJD(민정당) TV만이 있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다』 고 TV방송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경북영천 구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국민당의 박재욱 후보는 신당의 권오태 후보가 공화당국회의원이었던 경력을 들추어 『박 대통령이 지하에서 운다. 신당도 할만한 사람이 해야지』라며 권 후보를 공격했으며 민한당의 조래환 후보도 『늑대가 양가죽을 쓰고 영천장날에 나타났다』 고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권 후보 성토대회 같은 느낌.
근농당의 안병달 후보마저도 권 후보를 『신당후보 중 꼭 떨어져야할 사람』 이라고 공격하고 나오자 권 후보는 『여당하다 야당하는데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 고 해명.
민한당의 서 후보는 연설도중에 민정당의 염길정 후보가 1백여 명의 선거운동원들에 둘러싸여 퇴장하자 『저것이 공영선거 한다는 민정당이냐. 남의 연설도중에 저래도 되느냐』며 흥분, 탁상 위에 놓여있던 컵과 물주전자를 청중 앞으로 내던지고 탁자를 내리쳐 유권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남 해남-진도지구 마지막 합동연설회장예서는 상대방의 병역문제까지 까뒤집어 인신공격을 하는 등 물고 늘어지기 판이 벌어졌다.
국민당의 이성일 후보는 민정당의 정시채 후보에 대해 『경찰서장과 시장을 해먹어 남의 뒷조사를 잘한다』 고 했고 신사당의 김봉호 후보가 여러 당에 공천 신청한 사실을 들어 『남사당·노인당·무당 등 당이 많은데 아무 당이나 업고 나오지 이당 저당 기웃거렸느냐』 면서 진도의 선거분위기가 숨막힐 것 같아 당선되면 진도에 산소호흡기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대구 고산국교에서 열린 남-수성구 합동연설회에서 신도환 후보(신민)는 『민정당 총재비서실장인 서울 동작구의 허청일 후보가 암모니아수세례를 밤은 사실에서 이 정권은 민심의 동향을 읽어야할 것』 이라고 강조.
신진수 후보(민한)는 신도환 후보를 겨냥, 『정치깡패의 원흉이며 TV사극 설중매의 유자광 같은 왕 사꾸라』 라고 공격.
신 후보가 계속 신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읽자 신 후보와 지지청년들이 『신진수×새끼 내려와』 『김대중선생을 팔지 말라』는 등 고함을 지르며 선관위에 발언을 중지시켜달라고 제의, 연설회장이 소란해 지자 신 후보는 『저렇게 떠드는 주먹들을 없애야 정치가 깨끗해진다』 고 응수하면서 연설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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