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원봉사 "엄마아빠 함께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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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성내천변. 김민지(일신여중 2)양은 어머니 신희식(41.송파구 석촌동)씨와 함께 김은경(68)할머니를 부축하고 산책길에 나섰다.

김할머니는 양로원인 송파구 오금동 '루디아의 집'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심한 당뇨에 치매까지 걸려 외출이 쉽지 않지만 신씨 모녀의 자원봉사 덕분에 모처럼 야외로 나왔다.

어머니 신씨는 1998년부터 '바르게 살기운동 송파구협의회 청년봉사대'에 소속돼 매주 한번 루디아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처음엔 봉사하는 동안 아이를 혼자 집에 놔두기가 걱정스러워 딸을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요즘엔 교육적 효과가 큰 것 같아 한달에 한번씩은 꼭 함께 나선다. 함께 봉사하며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덤으로 얻었다.

할머니의 얼굴에 맺힌 구슬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김양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할머니께 말씀드리면 재미있어 하셔서 내 마음도 기뻐요"라며 활짝 웃었다.

'자원봉사'는 여름방학 중.고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현행 교육과정은 봉사활동을 정규수업에 편성해 중학생의 경우 1년에 1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봉사활동 시간에 따른 점수는 고입 내신성적에 반영된다.

고교생은 연간 2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에서 봉사활동 점수를 반영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면 보람도 두배=지난 여름 고등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강원도 태백에서 해비탯 '사랑의 집짓기' 자원봉사에 참가했던 강홍원(49.라파즈한라시멘트 마케팅팀 부장)씨는 이번 방학에도 작은아들과 함께 다녀올 계획이다. 수험생인 큰아들 석진(분당 대진고3)군은 아쉽지만 올해는 빠지기로 했다.

강씨 삼부자는 지난해 태백에서 5박6일 동안 땅을 고르고 벽에 석고보드를 붙이는 등 하루 8시간씩 힘든 막일을 했다.

가족끼리 조도 다르고 숙소도 달랐지만 공통 화제가 생긴 건 당연했다. 작은아들 석민(분당 한솔고 2)군은 "봉사활동 후 같은 일을 해냈다는 동지의식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강씨는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깨닫게 된 것 같다"며 "특히 봉사단원 중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있어 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주부 노현임(45.경기도 하남시 감북동)씨는 지난달 29일 회사원인 남편.두 아들과 함께 경기도 가평 꽃동네에 다녀왔다. 노씨 가족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인 요양원인 '평화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고 식사를 돕는 것이 노씨 가족의 일. 틈틈이 주변 청소도 했다. 혹시 꽃동네 측에 부담이 될까봐 점심 도시락도 싸갔다.

"버림받은 불쌍한 할머니.할아버지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는 큰아들 이태희(한산중1)군은 "봉사하는 부모님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자원봉사센터 오재법 활동부장은 "자녀가 자원봉사 활동을 할 때 부모가 함께 참여해 지도하면 교육효과가 커진다"며 "화목한 가정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봉사엔 인내심이 필수=학생들의 '의무' 자원봉사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96년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아직도 '점수따기용'에 머물러 봉사활동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봉사활동을 갈 때는 몇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복지시설을 방문하면서 지나치게 화려한 옷차림을 하거나 장난스러운 태도로 참여하면 되레 방해가 되기도 한다.

가평 꽃동네 신난용 수녀는 "봉사 대상자들에게 측은한 표정을 짓지 말라"며 "봉사활동 중 불쾌한 일이 생겨도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 인내심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너무 긴 바지나 짧은 치마는 불편하다. 요란한 액세서리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대상자들의 개인적인 일이나 활동기관에 대한 내용을 함부로 밝히지 않는 것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약속한 봉사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미리 알려주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봉사가 끝난 후에는 일지를 만들어 느낌과 궁금한 점 등을 기록해 두면 좋다.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www.youthvol.net)를 비롯, 각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면 각 지역 사회복지관이나 청소년수련관 등의 홈페이지를 찾아 검색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원봉사 모임(http://cafe.daum.net/korealovecom)''장애아동을 사랑 모임(http://cafe.daum.net/sang0321)' 등 인터넷 동호회에도 관련 정보가 풍부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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