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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모든 진료과목 전문병원화…미래의학 글로벌 허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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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분당차병원 김동익 신임 원장 혁신은 세계적인 화두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기술이 갈수록 첨단화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로 환경이 변화하면서 혁신은 이제 병원의 필수 생존전략이 됐다. 하지만 혁신의 방향을 놓고 모든 병원이 여전히 고민 중이다. 3월 취임한 분당차병원 김동익(차의과대학 의무부총장 겸임) 신임 원장은 이에 대한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 강화다.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의료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려 점점 높아지는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병원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분당차병원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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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김동익 원장이 ‘초일류 글로벌 생명공학그룹 실현’이라는 차병원그룹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분당차병원의 역할과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구글(Google)에 ‘혁신의 걸림돌(obstacles to innovation)’이라고 입력해 보라. 수많은 결과 중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의외로 ‘당신(You)’이다.” 3월 2일 김 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목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자신이 혁신의 최대 걸림돌일 수 있다는 얘기다. 병원 스스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빗대어 강조한 것이다.

진료과목 간 경계 허물어
환자·질환·센터 중심 시스템
줄기세포 연구·임상 가속화
난치병 치료제 개발 주력

‘병원 내 병원’으로 시스템 전환
혁신의 필요성과 함께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호스피털스 인 호스피털(Hospitals in Hospital)’, 즉 병원 내 병원이다. 진료과로 나뉜 경계를 허물고 환자·질환·센터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편한다는 의미다. 분당차병원은 이미 병원 안에 두고 있는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분당차병원 첨단연구 암센터를 통해 ‘호스피털스 인 호스피털’ 개념의 당위성과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지금은 양질의 의료와 함께 감동을 뛰어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시대”라며 “전문화한 병원체계 속에서 진료와 연구, 임상시험과 의료산업화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만물상 같은 종합병원에서 탈피해 특정 분야를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한 병원이 모든 질환을 보는 시대는 지났고, 모든 분야를 잘할 수도, 잘할 필요도 없다”며 “필요한 것은 내부 역량을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개념은 세계적인 병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클리블랜드클리닉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이들 병원은 심장질환 등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키워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꼽는 ‘미국 최고의 병원’ 톱5 안에 항상 오른다.

 김 원장은 앞으로 여성암병원·폐암전문병원·뇌졸중전문병원·줄기세포전문병원 등을 분당차병원 내에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각 병원을 국내 굴지의 전문병원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그가 분당차병원의 미래를 병원이 아닌 ‘병원군’이라고 칭하는 이유다.

연구특전교수로 전문 역량 강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수반돼야 하는 것은 연구인력 양성이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전문성은 실탄 없는 총에 불과하다. 김 원장이 연구특전 교수 제도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특전 교수 제도는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 중 일정 수를 연구특전 교수로 해마다 선정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분당차병원이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차병원 그룹 내 10여 개 연구기관을 통해 산학연을 연계한 경험을 일찌감치 쌓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특전 교수는 1주일에 3회만 진료를 보고 나머지는 연구에 전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연구특전 교수로 선정되면 2년 안에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된다. 분당차병원은 연구 중심 병원으로 선정되기 전인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왔다. 김 원장은 전문화된 병원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우수 인력”이라며 “단순히 해외 연수를 넘어 의료인력이 진료 외에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 등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줄기세포 연구 선도
분당차병원의 핵심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 연구다. 차병원 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분당차병원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임상연구기관으로서 중책을 맡아 왔다. 병원 내 ‘차 글로벌 줄기세포 임상시험센터’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 환자의 태아줄기세포 치료에 성공했고, 황반변성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 치료를 세계 둘째로 성공했다. 급성기 뇌경색 환자의 태아줄기세포 치료, 뇌성마비 환자의 제대혈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김 원장 임기에 임상시험이 성공해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줄기세포 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한 기반도 하나씩 마련해 가고 있다. 분당차병원은 최근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지원 기관인 미국 뉴욕줄기세포재단과 협약을 맺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공동 개발 및 임상 적용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줄기세포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힘들던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는 미래의학”이라며 “앞으로 임상시험이 결실을 보도록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익 원장 일문일답
"산학연 연계 연구로 교수 역량 키울 것”

분당차병원은 1995년 분당신도시에 개원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 역할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당차병원은 연구 역량을 키웠고, 850병상의 큰 병원으로 성장했다. 이제 지역이 아닌 전국,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병원이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 병원 건립과 함께 입지를 더욱 확대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김동익 신임 원장에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들었다.

-‘호스피털스 인 호스피털’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센터화와 무엇이 다른가.

“많은 대학병원이 이미 병원 안에 센터와 병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명목상의 센터에 그치는 것이 많다.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센터와 병원에 뚜렷한 역할과 방향성을 부여하지 못한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 내 병원은 각 센터와 병원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다르다. 독립적이면서 진료와 연구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연구특전 교수가 눈에 띄는데.

“병원 내 연구인력은 의과대학부터 인턴·전공의·전임의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표준화된 인력 양성 체계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의학교육 시스템에는 연구 분야가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 연구에 대한 요구는 많은데 시스템과 기간이 주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의대들이 30~40년 전부터 미국 연수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 연수는 이제 구시대적 유물이다. 옛날에는 의학 수준의 격차가 컸기 때문에 흡수할 부분이 많았다. 이제는 대등한 관계까지 왔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먼저 연구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인가.

“그렇다. 해외 연수 전에 산학연을 연계한 연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보다 4년 정도는 먼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연구특전 교수 제도가 연구인력 양성의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 병원 신축에 대한 얘기도 있다.

“의료시스템에서 하드웨어는 중요하다. 병원을 찾는 사람은 편하고 안락하고 선진화된 기술과 시설을 원한다. 하드웨어는 계속 개선되고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연구 중심 병원의 개념과 ‘호스피털스 인 호스피털’ 개념을 넣은 병원으로 건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병원은 박스형의 큰 병원이었지만 우리는 전문병원 형태로 가는 것이다. 향후 2~3년간 설계를 완성하고, 그 후 2년 동안 건축해 2020년에는 그야말로 매머드병원의 형태로 거듭날 것이다. 하나하나의 병원이 진료·연구·임상시험을 하는 병원군이 되는 거다. 그러면 차병원그룹 내 기업·기관과의 연계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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