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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OK저축은행 챔프전 2연승

중앙일보

입력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눈앞에 뒀다.

레프트 공격수 송명근(23·1m95㎝)이 펄펄 날았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OK저축은행의 팀 색깔인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송명근은 강스파이크로 득점을 올릴 때 마다 양 검지를 치켜세웠다가 내리며 "앞으로"를 외쳤다. '앞으로 계속 전진하자'는 OK저축은행의 구호였다. 동료들도 송명근을 따라 양 검지를 위로 쭉 뻗어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며 환호했다.

송명근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은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15~16시즌 챔프전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18 25-20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1·2차전을 잇따라 이긴 OK저축은행은 남은 3경기 중에서 한 번만 이기면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다.

지난 시즌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등 단기전에 강한 송명근의 화려한 공격이 또다시 불을 뿜었다. 2세트까지 현대캐피탈의 집중견제를 받아 6득점에 그쳤던 송명근은 적극적인 세리머니로 흥을 돋웠다. 그리고 마지막 3세트에선 상대 코트 구석구석에 강스파이크를 꽂아넣으면 7점을 올렸다. 이날 13점을 기록한 송명근은 "큰 경기지만 부담은 없다. 평소처럼 열심히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진(42) OK저축은행 감독은 "송명근은 워낙 튀는 걸 좋아한다.내가 나이든 감독이었으면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하지는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에 앞서 송명근과 함께 미장원에 가서 수염을 노랗게 염색한 시몬(29·2m6㎝)은 이날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23점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의 쌍포 송명근-시몬은 1차전에서 50득점을 합작한데 이어 2차전에선 36점을 올렸다.

평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선수들을 질책했던 김세진 감독이었지만 이날은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를 하도록 묵묵히 지켜봤다. 챔프전 2차전을 앞두고 그는 "현대캐피탈을 이기기 어렵다. 선수들에게 '현대캐피탈의 흐름에 말리지만 말라'고 당부했다"고 엄살을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를 무너뜨리기 위한 비책으로 '강한 서브' 를 주문했다.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 빠른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OK저축은행은 이날 서브 에이스만 5개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빠른 세트 플레이를 막기 힘들다. 서브 범실이 생기더라도 무조건 세게 넣으라고 주문했는데 그게 통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승부는 아직 모른다. 현대캐피탈이 워낙 빠른 플레이를 잘하기 때문에 한 번 흐름을 타면 걷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역대 최다연승(18연승) 신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캐피탈은 1차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2차전에선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2006~07시즌 이후 9년 만에 정상을 노리는 현대캐피탈은 서브부터 흔들렸고, 블로킹 득점도 OK저축은행(7개)보다 적은 4개에 그쳤다. 스피드 배구에 잘 녹아들었던 세터 노재욱(24·1m91㎝)이 흔들리자 쌍포 오레올(11점)과 문성민(10점)의 공격력도 약해졌다.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화도 나누고 화도 내봤는데 소용이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안=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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