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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연고자·고독사,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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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족이나 교류하는 이웃도 없이 고립돼 살다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가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5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한 사람은 1245명에 이른다. 전년보다 30%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이는 경제적 파산이나 가족해체로 고립돼 살아가는 무연고자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젠 우리 사회도 고독사와 무연고자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때다.

일본에선 1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인간 관계가 약해진 사회를 뜻하는 ‘무연(無聯)사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본 정부는 이미 고독사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면서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공동체 부활에 초점을 맞춘 ‘지역재생’ 정책의 일환으로 무연고자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프로그램을 적극 펼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한국도 이미 무연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연고자는 살아 있을 때는 물론 고독사를 한 뒤에도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눈여겨볼 점은 복지부의 무연고 사망통계에서 40~50대 남성이 483명(38.8%)으로 연령·성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남녀 무연고 사망자 385명(31%)보다 많다. 이는 사회 적응에 실패한 무연고자와 고독사 문제가 노인을 넘어 중장년층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40~50대 무연고자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관심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 정책의 초점을 노년층에 맞추다 보니 중장년층 무연고자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제 무연고자의 상당수는 현재 정부가 노숙인·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연고자를 사회에 복귀시켜 고독사를 막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민 간 교류를 활발히 해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다. 고독사는 결국 인간관계 단절이 원인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 간의 탄탄한 관계망을 형성하게 하면 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코하우징’(개별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공간이 있는 주택단지) 지원도 방안의 하나로 거론된다. 다양한 연령·직업·계층의 주민들이 한 주택단지에서 어울려 살며 주거공간 등 개인생활은 보장받되 취사와 청소 등은 공동으로 하는 방식이다. 부분적인 공동생활을 통해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일부나마 복원하는 구조다. 이는 중장년층과 노인층 무연고자의 소외를 동시에 막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무연고자와 고독사 발생을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줄여야 한다. 중장년층과 함께 노인층의 파산과 고독사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야 마땅하다. 사회적으로 실패하거나 노인이 돼 경제력이 떨어져도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고 최소한의 삶은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