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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도둑 꼼짝마’…군사용 무인경비기술 농가도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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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스마트폰으로 가스 밸브를 잠그고 가전제품 전원을 켜고 끄는 등의 생활 속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센서·레이더·카메라 기술을 통합한 군사용 무인경비시스템이 민간 분야에도 접목되고 있다. IoT 기술이 집안을 넘어 야외에서도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용 무인경비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소기업 프로시스는 최근 농업과학연구원과 손잡고 전국 인삼 재배 농장에 무인경비 시스템을 보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레이더·센서로 20㎞내 움직임 감지
“야생동물과 도둑 구분해 경보 울려

인삼농가는 주로 인적이 드문 외곽 지역에 있는 데다 작물 가격이 수백만 원대로 높아 수확철마다 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자회(59) 프로시스 대표는 “군사용으로 개발된 무인경계솔루션은 실내용 IoT 기기들보다 야외 환경에서도 성능이 뛰어나다”며 “날씨 변화도 잘 견디고, 야생 동물이 다가온 것을 도둑의 접근과 구분해 제때에만 경보를 울린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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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시스의 지상감시 레이더(왼쪽)와 고성능 레이저 카메라는 서로 연동돼 침입자를 찾아낸다. 침입자의 이동경로를 카메라가 따라 움직이며 지속적으로 추적해 관제실에 정보를 전송한다. [사진 프로시스]

프로시스는 한국전력연구원에 원격으로 전신주의 불량 부품을 진단할 수 있는 특수 카메라도 납품할 예정이다. 수리 기사가 전신주 위로 올라가지 않고도 지상에서 이 카메라로 전신주 부품 부분을 찍으면 교체해야 할지 여부를 판독해준다. 이 회사는 수리기사가 안전모나 절연장갑 같은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기기를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도 한국전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장비를 개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며 성장했다. 구 대표는 정밀기계를 생산하는 제조기술과 복잡한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모두 갖춘 기술력을 다른 분야로 확장하고 싶어 무인경비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방위사업에서 지난 9년간 고전을 거듭했다. 그러다 최근 기술력으로 공군 대구 비행장 등에 장비를 구축하는 등 꾸준히 도전했고, 민간 분야에도 진출했다.

프로시스가 개발한 레이더와 각종 탐지 센서는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20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행동이나 접근 시도를 감지한다. 금속·열(熱)·적외선 감지용 등 용도 별로 다양하다. 펜스 설치형부터 땅속이나 수중 매립형까지 다양하다. 레이더와 센서가 연동된 카메라는 침입자로 의심되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추적해 관제팀에 보여준다. 일반 카메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특정 방향을 집중 감시하는 센서·카메라로 커버할 수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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