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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해외펀드, 신흥국으로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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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29일 상품 판매가 시작된 비과세 해외펀드 중 가장 인기있는 투자처는 어디였을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11일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비과세 해외펀드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122억1700만원)이었다. 이 상품은 자산의 90% 가량을 선진국에 투자한다.

최다 판매 톱10 중 6개 달해
중국·베트남 등 저가 매수 노려

하지만 다음 순위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2~5위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 ‘신한BNPP중국본토RQFⅡ’, ‘KB차이나H주식인덱스’로 모두 신흥국 투자 펀드다. ‘KB중국본토’와 ‘JP모간러시아펀드’까지 더하면 가장 많이 팔린 10개 펀드 중 6개가 신흥국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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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해외펀드는 한 주에 500억원 가량 팔리면서 2주 동안의 판매액이 1000억원에 육박했다. 첫 주(2월 29일~3월 4일)에 417억8400만원이 판매된데 이어 지난주(7~11일)에도 527억6700만원이 계약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계좌수로는 총 3만2706개가 개설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투자처는 중국 등 신흥국 지역이었다.

신흥국 관련 펀드가 인기를 끈 건 우선 자산운용사들이 신흥국에 투자하는 비과세 해외펀드 상품을 많이 내놨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국내외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 310개 중 신흥국 관련 펀드는 191개로 전체의 62%로 선진국 펀드(68개·21.9%)의 세 배다. 투자자 역시 저금리 상황에서 변동성이 크더라도 높은 수익이 날 수 있는 펀드상품을 찾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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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걸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작용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안정된 상태”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시장은 건실하다”고 평가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 인상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동남아시아 증시가 최근 안정세를 되찾았다”며 “베트남을 비롯한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아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의할 것은 이들 펀드의 현재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비과세 해외펀드는 기존에 나온 상품을 다시 내놓은 비중이 92.2%(286개)다. 자금 유입액 상위 10위 안에 든 펀드 중에서도 8개가 기존 상품을 다시 출시한 것이다. 이 중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2개 뿐이다. 나머지는 1~18%의 손실을 입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이 지난해부터 증시 낙폭이 컸기 때문이지만 이는 반등의 기회로도 볼 수 있다” 면서도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그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국가에 몰아 투자하기보다는 선진국, 에너지·헬스케어 등 국가·테마별로 분산 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선진국의 수익률이 신흥국보다 좋았다”며 “투자를 할 때 신흥국 뿐 아니라 선진국도 2개 정도 섞어 투자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보다 투자 시점을 나눠 ‘적립식’ 투자를 해 갑작스런 증시 변동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싼 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 비과세 해외펀드의 운용·판매 보수는 설정액의 2.5% 수준이다. 내가 고른 펀드가 연 3~4% 정도로 꾸준히 수익을 내야 투자금의 1% 이상을 가져간다는 얘기다. 이를 피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ETF의 수수료는 0.7% 수준이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국내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중 일부를 비과세 해외펀드에 포함할 수 있게 했다. 단 각종 조건 때문에 실제 편입 가능한 ETF 상품은 10개 정도란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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