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해봤습니다] 투자성향 대충 묻고, 추천 상품 제각각 …알쏭달쏭 IS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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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입사한 지 3개월째. 재테크라곤 은행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지난달 가입한 예금 통장을 보고 나선 생각이 달라졌다. 금리도 낮은데 세금까지 떼고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수습기자 세 명은 절세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면 목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은행과 증권사를 방문했다.

재테크 초보 기자가 창구에 가보니
원천징수 영수증 없어 2번 방문
의무가입 기간 길어 결정 때 멈칫

14일 오후 3시 30분에 서울 중구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평소 방문객이 뜸한 시간인데도 전 창구가 상담을 받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32만2990명이 ISA에 가입했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34만원으로 하루 동안 1095억원의 돈이 ISA 계좌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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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을 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창구 직원에게 “바로 가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원천징수 영수증을 받아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천징수 영수증이 필요한 이유는 소득에 따라 의무가입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봉 5000만원 이상일 땐 5년을 가입해야 하지만 종합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서민이나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인 청년(15~29세)은 3년만 가입하면 된다.

다음날인 15일 원천징수영수증을 들고 다시 방문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투자성향에 대한 분석이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창구 직원이 도리어 “본인의 투자 성향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했더니 이번엔 가입 목적을 물었다. 3~4년 뒤 목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럼 중위험 중수익으로 추천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행 직원은 “사회 초년생인 만큼 적금에 50만원, 펀드에 30만~40만원, ISA에 30만~40만원으로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ISA에 가입할 경우 1%대의 이자율인 정기예금보다는 3%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를 추천했다. ETF나 ELS의 예상 수익률이 6.5%라는 말을 듣고 솔깃했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말을 듣자 망설여졌다. 결국 상담 직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인 중위험 중수익의 국내 채권 혼합형에 넣으라”고 권했다. 이 경우 예상 수익률은 3~5%라고 했다.

수수료 부담은 없는지 물어봤다. 정기예금은 0.1%의 수수료가 붙고, 펀드는 상품에 따라 달랐지만 국내채권 혼합형의 경우 대략 0.84~0.98%대의 수수료가 발생했다. 예금금리가 1%대인데 거기서 수수료를 또 떼니, 예금보다는 펀드 상품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수료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은 불안 요소였다. 증권사에선 “현재 고객 유치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도 하지만 수수료율은 앞으로 계속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곳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권하기도 했다. 증권사에선 펀드를, 은행 창구 직원은 예금 편입을 권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은행 상담 직원은 “ISA 5년 만기가 됐을 때 주가에 상관없이 펀드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예금을 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나면 무조건 해지해야 하는 걸까. 상담 직원은 “유지할 수 있지만 세금 혜택은 못 받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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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담을 받은 기자 셋 중 둘은 가입을 보류했다. “돈 쓸 일이 많은 초년생에게 5년이란 의무가입 기간은 너무 길다(송승환)”, “예금·펀드에 투자하다가 갑자기 예금을 파기할 경우 펀드까지 중도해지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서준석)”는 이유에서였다.

한 명(김유빈)만 가입을 결정했다. 오히려 반강제적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셋 우재형 마케팅 팀장은 “ISA는 시중의 다른 상품에 비해 세금 혜택이 큰데다 다소 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손익 통산을 할 수 있어 종자돈을 모아야 하는 사회초년생에게 유리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유빈·송승환·서준석 기자 kim.yoov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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