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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심낭으로 만든 심장판막 인체 이식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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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연구진이 돼지 심장막으로 차세대 심장판막을 개발해 인체 이식에 성공했다. 동물과 사람 간 면역거부반응을 없애고 스텐트(금속 그물망) 시술법을 사용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심장판막 이식 사례다. 기존의 인공 심장판막보다 오래 쓸 수 있으며 환자가 재수술하는 고통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교수팀, 세계 최초로 개발
면역 거부반응 없는 차세대 시술
현재 3000만원 드는 가격도 낮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흉부외과 김용진·임홍국 교수팀은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차세대 폐동맥 판막을 개발해 지난달 25일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22·여)에게 이식했다고 14일 공개했다. 이 환자는 시술 나흘째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으며 지금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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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장에는 네 개의 심장판막이 있는데, 이 중 우심실과 허파(폐) 사이의 막이 폐동맥 판막이다. 이 막은 혈액이 잘 흐르게 길을 만들어 주고 역류를 막아준다. 여성 환자는 선천성 심장기형의 일종(팔로사징)이어서 폐동맥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차세대 판막은 일반 돼지 심장막(심낭)을 채취해 특수 처리를 거쳤다. 사람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하고 균을 제거했다. 연구팀은 이 판막을 2011년 양에게 먼저 이식해 ‘안전’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식약처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고 여성 환자에게 이식했다. 앞으로 9명의 환자에게 이식해 안전성을 입증하면 식약처가 판매 허가를 하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심의해 일반 환자에게 시판하게 된다.

연구팀은 가슴을 여는 개흉(開胸) 수술법이 아니라 사타구니 혈관으로 판막을 심장까지 넣는 시술법을 썼다. 판막을 ㈜태웅메디칼과 함께 개발한 ‘니티놀 스텐트’로 둘러싸서 혈관으로 주입해 심장에 이식하는 기법이다.

김용진(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심혈관 이종이식개발 과제 책임연구자) 교수는 “양에게는 성공했지만 환자에게 적용하는 게 너무 힘들어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는 것과 같았다”며 “면역거부반응을 없앴고 스텐트 시술법을 활용한 점, 무균돼지가 아니라 일반 돼지의 심낭을 사용한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외국의 특허 판매 요구를 거부하고 태웅메디칼에 원천기술과 특허를 이전했다.

현재 인공 심장판막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스텐트 시술이 많이 쓰이는데, 수입 판막 이식에 3000만원이 든다. 연구팀은 이번 이식 성공을 계기로 가격을 낮추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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