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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88세 원조 한류스타 “명동 한류 호텔, 양현석과 의기투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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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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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넘치는 신영균(88)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7일 서울 강동구 태권브이 박물관앞에서 태권 동작을 선보였다. 신 명예회장은 명동에 젊은 감각에 맞춘 트렌디한 부티크 호텔을 연다. [사진 김상선 기자]

영화배우 신영균(88)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서울 명동에 호텔을 연다. 신영균 회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명동예술극장 옆 명동증권빌딩 2층 일부와 3~5층을 리모델링해 5월 중 ‘호텔 트웬티에이트(28)’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배우서 성공한 사업가로
신영균 한주홀딩스 명예회장

호텔 28은 객실수 83개의 부티크 호텔이다.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를 조합한 수준 높은 한류 문화가 콘셉트다. 건물 입구부터 흑백영화를 상영하고, 객실에도 영화 스틸컷이나 촬영용 스탠드 같은 소품을 활용한다. 호텔 조명도 촬영용 조명을 사용하는 등 영화적 색채를 입혔다. 신 회장은 “1970년대 명동은 문화 중심지였다. 그런데 최근엔 쇼핑이 명동의 대표 상품이 됐다. 명동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바꿔보고 싶다”고 말한다.

한류 문화의 선봉에 있는 YG엔터테인먼트도 신 회장과 손을 잡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푸즈는 지난달 5일 명동증권빌딩 1층과 2층 일부에 ‘YG리퍼블릭(YG Republique)’ 브랜드로 ‘삼거리 푸줏간’ 등 3개 외식매장을 열었다. 호텔 5층에 자리 잡게 될 호텔 레스토랑도 YG푸즈가 위탁운영한다.

‘YK(영균의 영문 약자)와 YG의 콜라보(collaboration·공동작업)’는 어떻게 성사된 걸까.

아들(신언식 한주홀딩스코리아·제주방송 회장)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노희영 YG푸즈 대표와 친분이 있어요. YG푸즈의 거칠면서 세련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도 우리 호텔 콘셉트와 잘 어울리고요. 6일 밤엔 양 대표, 노 대표와 조촐한 파티도 열었는데 중국인 팬들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진을 치고 있더군요.”

젊은 세대가 가장 선망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양현석 대표다. 연예계라는 화려한 자리에 있으면서, 주식 대박으로 재벌 소리까지 듣는다. 신 회장도 예전엔 YG엔터테인먼트의 싸이나 빅뱅 버금가는 글로벌 스타였다. 게다가 자녀에게 물려준 자산까지 따지자면 양 대표(YG엔터테인먼트 보유주식 평가액 약 1500억원) 못지 않은 부자다.

세계적 호텔 체인 SLH(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와 제휴도 추진 중이다. 20~30대 해외여행족에게는 잘 알려진 SLH는 속칭 ‘고급진’ 공간과 서비스로 유명하면서도 가격도 나름 나쁘지 않은 브랜드다. 80개국에서 520여 개 호텔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SLH의 한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60~70년대 충무로에서 신 회장은 지금으로 따지면 배우 유아인 이상으로 유명했다. 그가 주연한 영화가 대만에서 개봉하면 질서 유지를 위해 기마경찰대가 출동하던 원조 한류(韓流) 스타다. 64년 홍콩 스타 고(故) 린 다이가 신 회장을 사모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말도 돈다. 신 회장은 “(기혼인) 내게 당시 린 다이 씨가 같이 살자고 한 적이 있었다”라고 후일담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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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균·윤정희 주연의 영화 ‘화조’ 포스터.

대종상·청용영화제·백상예술대상 등 최고의 상을 거머쥔 그가 사업에 뛰어든 건 가족들을 위해서다. “예전엔 영화배우가 상당히 위험한 직업이었습니다. 영화 찍다 죽으면 영광이긴 한데, 가족 생계는 걱정되더라고요.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대책을 미리 세워두려고 사업을 시작했죠.”

그래서 처음 시작한 사업이 극장 사업이다. 동업자와 함께 공동으로 금호극장을 사들였다. 여기서 번 돈으로 충무로 명보제과를 사서 빵집을 운영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맥도날드와 합작해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한 적도 있다. SBS 5대 주주, 서울증권 2대 주주였던 적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다.

지금도 극장 사업(명보아트센터), 빌딩임대업(신영상가 등), 방송사업(제주방송), 부동산 개발(제주 색달동), 박물관(브이센터), 요식업(스테이지28·더베이크), 테마파크(코코몽에코파크)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호텔 사업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하나투어와 합작해 서울 관훈동 센터마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에서 막대한 재력을 쌓은 비결이 뭘까. 그는 “재밌는 일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꼭 돋보이는 일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행복한 일을 할 때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철저한 준비를 성공 비결로 본다. 실제로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영화평론가 김두호 ㈜인터뷰365 대표는 “굳이 대사를 암기할 필요가 없던 무성영화 시절에도 신영균 씨는 진솔한 감정을 끌어올려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를 암기했던 배우였다”고 기억했다.

사업가지만 배우 정신은 여전하다. 3년 전엔 ‘하얀중립국’이란 대학로 연극에도 출연했다. “인생이란 단막극에서 저 신영균이 누구냐고 물으면 배우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운명적인 시나리오를 만난다면 다시 스크린에 서야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헬스장에서 5000보를 걷는다는 신 회장의 체력을 보면 빈 말이 아닌 듯했다. 4시간이나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고도 굳이 주차장까지 나와 배웅하는 신 회장의 모습에서 ‘체력은 국력!(일동제약 아로나민 CF)’을 힘차게 외치던 그의 젊은 시절이 오버랩됐다.

글=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자세한 내용은 이번주 발매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326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신영균은=1928년 황해도 평산 출신으로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회현동에 ‘동남치과’를 개원해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연극에 출연하다 1960년 영화 ‘과부’로 데뷔했다. ‘연산군’, ‘빨간 마후라’ 등 2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한국영화인협회장·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을 거쳐 15·16대 국회의원(신한국당·한나라당 비례대표) 등을 역임했다. 만 88세에도 새로운 시나리오를 물색하며 배우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부티크호텔(boutique hotel)=대형 호텔의 표준화된 서비스와는 달리,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과 인테리어 그리고 서비스로 차별화한 호텔. 고급 맞춤 의상을 뜻하는 패션 용어 ‘오트퀴트르 부티크’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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