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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中 시진핑 경제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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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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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도처에 널린 중국발 경제위기론에 움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위안화 환율은 널뛰고, 중국의 2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급감했다. 중국 광둥성 지방정부는 주택 재고 처분을 위해 마카오와 홍콩 자본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비교적 빠르게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던 한국 경제의 ‘안전판’ 중국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 미국의 한반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걱정하는 중국이 우리의 아킬레스건인 한·중 경제관계를 ‘관리’하려 든다면 느닷없는 규제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

지난 3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양회(兩會)는 시진핑 시대의 경제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5일에 있었던 리커창의 정부업무보고 내용은 대부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향후 5년 동안 평균 6.5~7% 수준의 ‘중고속 성장’을 목표로 하여 도시화 촉진, 산업구조와 국유기업의 공급 측면 개혁, 일대일로 및 지역경제 발전, 금융 제도 개혁과 법치, 민생 복지와 환경 문제 개선 방안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얼핏 보면 중국 경제에 대해 안도감을 주는 청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못 보던 ‘한 방’ 없이 당연한 정책 나열에 식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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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중국이 중고속 성장으로 눈높이를 낮췄다고 해도 중국발 디플레이션이나 거품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우려는 과도하다. 사실 2월 중국 수출 성적이 나쁜 것도 거의 2주를 쉬는 춘절의 계절 요인과 더딘 세계경제 회복 때문이다. 199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금융자본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기업의 공급사슬 구축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었다. 중국의 고성장과 세계적 공급과잉의 배경이다. 세계 소비의 포화현상과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증가속도 둔화가 ‘뉴 노멀’의 원인이지 중국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은 아니다.

문제는 중국이 얼마나 영리하게 변화하고 적응하느냐다. 시진핑 경제는 이 부분에서 취약하다. 덩샤오핑 시대에 출범한 중국 개혁의 연륜도 머지않아 마흔 살 중년이 되는데, 시진핑 중국은 여전히 ‘전면적 개혁 심화’라는 모호한 구호를 되뇌고 있다. 최근 강조해 온 공급 측면 개혁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행정 수단을 사용한 조삼모사식 국유기업 개편 방안일 뿐이며, 가장 폐단이 큰 국유기업 독점 구조는 손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속철도차량 생산 기업이나 원자력과 전력 기업 통합에서 보는 것처럼 독점 구조가 심화됐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과 기업, 중앙과 지방정부의 행동 양식에 대한 미시적 영역의 선진화가 급선무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14억 인구의 다양하고도 거대한 중국을 틀에 박힌 하나의 거시적 관리 틀에서 다루려 한다. 일사불란한 ‘시진핑 제국’을 꿈꾸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또다시 중국은 최소 6.5% 성장이라는 미리 정해진 신발에 발을 맞추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구조적 부작용이 예견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는 한국 경제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질’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세계경기 하강의 진원지로 봐서는 곤란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시각은 중국이라는 ‘거품’ 붕괴에 대한 불안이나, 중국 경제 구조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다. 좁은 한반도 남쪽에서 살고 있는 우리 인식의 한계다. 이제 중국은 다국적기업의 공급사슬에 의존했던 고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경제체질을 만들어가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간단한 몇 가지 거시경제 지표로 다양한 지역과 산업의 경제 동향을 판단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한국 경제와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각 지역이 스스로의 경제체제와 발전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또 각급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은 오히려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접근 방식에 따라서는 여전히 우리 성장동력을 뽑아낼 수 있는 보고(寶庫)다. 단지 중국의 과도기적 상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 차원에서 맞춤형의 정교한 미시적 전략 보완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맞춤형 미시전략은 중국을 단순한 저임금 생산기지로 바라보던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중국 각 지역 경제 간의 이해관계 상충과 경쟁관계는 향후 중국의 중서부 지역 개발과 전략산업 육성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협력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는 토양이다. 또 중국 내수시장을 만족시킬 한국의 ‘품질 좋고 비싸지 않은’ 기술은 현대화를 추진하는 중국 내륙의 수많은 알짜배기 중소기업과 우리 기업이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는 이유다. 정부 차원에서는 중국의 양파껍질 같은 유·무형의 제도 장벽과 중국의 정략적 한·중 경제관계 ‘관리’에 대응한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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