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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냉랭한데, 더 걷힌 세금 4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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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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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수 국세청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전국 상의 회장단 정책간담회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간담회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뒤) 등이 참석했다. [뉴시스]

체감 경기는 ‘냉골’인데 정부가 거둬간 세금은 크게 늘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세 수입은 3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4조4000억원 늘었다. 정부의 세금 곳간을 채우는 데 직장인 ‘유리 지갑’이 큰 몫을 했다. 세목별로 따져보면 소득세 수입이 가장 많이 늘었다. 1월 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5000억원 불었다. 그중에서도 직장인 급여에 붙는 근로소득세 징수액이 1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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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수나 임금은 그렇게 늘지 않았다”며 “정부가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영향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 조사 강화로 사업소득세수도 늘어났을 것”이라고 짚었다.

소득세 1조5000억 증가
법인세도 7000억 늘어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10월이었던 현대자동차 임금·단체협상이 지난해 12월로 지연되면서 근로소득세 징수가 올 1월 집중됐다”며 “근로소득세 수입이 늘어난 데는 이런 일시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붙는 양도소득세 1월 수입도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깐깐해지기 전에, 금리가 오르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사람이 많았다. 부가가치세 징수액도 불어났다. 1월 1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코리아 그랜드 세일,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로 소비가 ‘반짝’ 늘어난 효과다. 담뱃세 인상 효과에 힘입어 기타 세수도 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초 담뱃값 상승에 꺾였던 담배 판매량은 예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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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법인세도 1년 전에 비해 7000억원 더 걷혔다. 최악의 수출 실적,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을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했다.

노영수 청주 상의 회장은 “지난해부터 기업 소득에 대해 국세청은 물론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까지 중복 세무조사가 가능해져 기업인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선홍 전주 상의 회장도 “납세에 대한 사후 검증의 경우 세무서마다 기준·절차가 다르고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로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나라 곳간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앙정부 채무는 56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또’ 경신했다. 1년 새 58조2000억원 증가했다. 장정진 기재부 재정건전성관리과장은 “세수가 늘긴 했지만 정부 전망에 비해 늘어났을 뿐”이라며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등 지출 소요가 많았고 세수 증가 폭이 채무 증가를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재정에서 30조1000억원 적자(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기준)를 봤다.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세수 늘리기’보다는 ‘경기 살리기’가 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 후 전체 세목 가운데 법인세가 경기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늘고 준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 확충을 위해선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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