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 밥상' 깔고 '쿵따리 샤바라' 춤 공약까지…박종천 감독이 꿈꾸는 PO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박종천 감독 [사진 WKBL]

플레이오프(PO)라면 즐겁고 신나게 해야지요. 잔치 분위기같았으면 해요."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하루 앞둔 9일, 박종천(56) 부천 KEB하나은행 감독은 '신나는 농구'를 유독 강조했다. 3전2선승제인 토너먼트 승부가 펼쳐지는 만큼 정규리그보다 더 진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박 감독은 "잔치상도 차려졌는데 재미있고 흥나는 분위기에서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1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청주 KB스타즈와 여자프로농구 PO를 시작한다. KEB하나은행은 올 시즌 정규리그 2위(20승15패)에 올라 2012~2013 시즌 창단 후 처음 PO에 올랐다. 시즌 내내 골밑을 지배하며 정규리그 신인상을 수상한 첼시 리(27)와 외곽에서 활약한 강이슬(22)을 앞세운 KEB하나은행은 사실 선수들 이상으로 감독의 인기가 더 높은 팀이다. 지난 시즌부터 KEB하나은행을 맡은 박 감독은 청산유수같은 언변으로 '모범 인터뷰 감독'이라는 별칭을 얻은 지도자다.

박 감독은 인터뷰마다 다른 감독들보다 재치있는 언변으로 늘 화제를 모았다. 그는 딱딱한 말투와는 다르게 감성적이고 솔직한 비유를 섞어 말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 감독은 "지난 시즌 우리 팀이 팬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젊음이다. 할머니들은 이제 갈 때가 됐다"면서 30대 노장 선수가 많은 우리은행을 겨냥했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시즌 두 번째 대결에서 진 지난해 11월엔 "춘천에서 닭갈비도 못 얻어 먹고, 남의 기만 살려줬다"는 재미있는 비유법을 쓰며 아쉬워했다.

지난 1월, 슈터 김정은(29)이 부상에서 복귀했을 땐 "그가 안 들어왔다면 정말 가슴에 스텐트(혈관 폐색 등을 막기 위해 혈관에 주입하는 것) 심을 뻔 했다. 가슴이 아주 뻥 뚫렸다"고 했고, 2월 순위 싸움이 치열할 땐 "찬 밥, 더운 밥 가릴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PO 진출을 확정했을 땐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며 냉정함을 주문했다.

박 감독의 인터뷰를 기다리는 팬들도 꾸준하게 많았다. 올 시즌 인터뷰 영상 평균 조회수는 3200여건에 달한다. 시즌 초엔 조회수가 2만건을 넘긴 적도 있었다. 1000건도 넘지 않는 다른 감독, 선수 인터뷰보다 훨씬 많다. 막힘없는 언변뿐 아니라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선 처리까지 더해 농구팬들 사이에선 박 감독을 '3선 국회의원급 인터뷰' '언변의 마술사'란 별칭을 붙여줬다.

알고 보면 박 감독은 부임 직전까지 방송 해설위원을 하고, 대학 강의도 했던 이력이 있는 지도자다. 그는 "원래 스토리화해서 말하는 걸 좋아한다. 고교 시절부터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문을 하루도 안 빼놓고 탐독해왔다"면서 "그런 습관들이 누적되고, 연구를 많이 하면서 팬들에게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준비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인터뷰하는 자세에 대해서 그는 "팬들과 직접 상대하고, 대화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PO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많은 어록을 남겼다. 7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그는 "그 밥에 그 나물은 별로다. 새로운 밥상을 들고 올라가보겠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4년 연속 정규리그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을 '그 밥에 그 나물'로 비유하며, 창단 첫 PO 진출의 기세를 잇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PO에서 상대할 KB스타즈의 베테랑 변연하(36)에 대해 "혼자 북치고 장구칠텐데 우리는 북에 구멍을 내서라도 막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우승 공약에 대해서도 "코트에서 팬들과 다같이 '쿵따리 샤바라(가수 클론의 노래)' 춤을 추겠다. 굿판 한번 벌려 흥을 끌어올리겠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박 감독은 PO 미디어데이 어록에 대해 "그냥 생각난대로 솔직하게 얘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흥나는 분위기 하면 생각난 노래가 '쿵따리 샤바라'였다. 모든 팬들이 아는 노래가 나와 함께 즐기면 얼마나 흥겹겠나"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신나는 농구'를 유독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선수들이 부담감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KB스타즈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도 올라가고,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PO가 처음이다. 좀 더 신나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가 밝힌 '신나는 농구'의 조건은 '이기는 농구'였다. 그는 "KB스타즈가 외곽포가 강하면 우리는 골밑에 강점이 있다. 강점을 살려 한번 승부해보겠다"며 PO에서의 승리를 다시한번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