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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5전 전승 힘들다” 구글 “알파고는 겁먹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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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인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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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오른쪽)이 8일 ‘알파고’와의 대국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다중 촬영). 왼쪽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 강정현 기자]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국을 보기 위해 이날 오전 한국을 찾았다. 대국은 9일부터 10, 12, 13, 15일 총 다섯 번 열린다.

국내외 취재진 300명 몰린 간담회
지난달엔 전승 자신했던 이 9단
“알파고, 사람 직관 모방 가능해
이번 대국 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

슈밋 회장은 “평생 컴퓨터 과학자로 살면서 인공지능의 많은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품어왔다”며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은 인공지능의 혹한기였지만 최근 10년 새 큰 변화를 이뤄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이 발전할 때마다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유능해질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은 더 좋은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이세돌 9단도 참석해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물론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의 취재진 300여 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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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은 “긴장감이 크다”며 “내가 할 일은 아름다운 바둑, 좋은 바둑, 재미있는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5대 0 승리까지는 힘들 것 같다. 생각했던 것만큼 (실력에)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자세를 낮췄다.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3대 2 정도가 아니라 내가 한 판이라도 지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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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의 이런 변화는 알파고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서다. 하사비스 CEO는 10여 분간 알파고 개발 과정, 작동 원리 등을 설명했다. 이를 들은 이 9단은 “내용을 100% 이해 못했지만 알파고가 사람의 직관을 모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알파고가 (유력한) 수를 추려 생각하는 폭을 줄였다고 하니 ‘(경기가) 험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자신이 지더라도 “컴퓨터가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어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사비스 CEO는 내내 자신감을 보였다.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이후 양질의 데이터를 입력해 수많은 자기 학습을 했고, 기력이 향상됐다. 피로를 느끼지 않고 절대 겁먹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기계라 주눅들 걱정도 없다”고 했다.

또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세돌 9단 같은 천재와 맞붙었을 때 나오는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한다”며 “더 강력해진 알파고는 여러 난제를 해결해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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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이 9단의 우세를 점쳤다.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이세돌 9단 특집 인터뷰에서 “인간과 기계의 5번 승부는 미래 패권을 향한 시합 같다”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평했다. 또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은 침착하게 말했지만 손가락이 떨릴 정도로 긴장 상태였다. 그는 알파고 같은 첨단 인공지능이 유용하게 쓰이길 기대하지만 무기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염려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서울에서 33세의 이세돌 9단이 인류를 지키기 위한 자리에 앉는다. 이 9단이 5대 0 또는 4대 1로 이길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수퍼 컴퓨터 딥블루가 97년 체스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은 사실을 소개하며 “구글 ‘딥마인드’가 승리한다면 인류가 기계와의 정신 승부에서 무너진다는 의미”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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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기사이자 바둑게임 개발자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창(이세돌)과 방패(알파고)의 대결”이라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이세돌의 능력이 알파고의 균형감각을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9단이 1~2판을 내줄 가능성도 있다. 이 9단이 알파고를 계속 흔들어 무리수를 유도하면 낙승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고전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양재호(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알파고의 실력은 정체불명”이라며 “이 9단이 초·중반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아람·백민정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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