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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마의 명운이 걸린 벚꽃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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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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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보(131~142)=31, 33으로 탈출했으나 32의 ‘빵따냄’을 허용한 건 아프다. 게다가 우변 34로 먼저 손이 닿아서는 여전히 흑의 고전. 좌상귀 쪽 35, 37은 전기 마련의 누르기인데 탕웨이싱은 36으로 하나 밀어두고 좌변 38로 가드를 올려 단점을 보강했다.

한때 검토실에선 38이 백A를 노리는, 공수 겸비의 두터운 선수라고 했으나 그 수읽기는 오류가 있었다. 38이 두터운 건 맞지만 선수는 아니다.

즉, ‘참고도 1’의 흑 1로 손을 돌렸을 때 백 2로 끊어도 흑 3 이하 9까지 끊고 몰아가는 수단이 있어 흑 대마는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급해도 일류의 프로라면 이 정도 허실은 쉽게 간파한다. 물론, 너무나 인간적인(?) 터무니없는 실수도 나오지만 그건 말 그대로 실수, 참고도의 추이를 확인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수읽기다.

우하귀 41로 끊어 뭔가 흑 쪽에 희망을 안겨주는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으나 탕웨이싱은 기다렸다는 듯 여지없이 비수를 찔러온다. 박정환도 이 수를 못 본 것은 아니지만 흑B 정도로 패나 해소하기에는 좌하, 중앙 대마 탈출의 와중에 보태준 실리와 두터움이 너무 크다. ‘참고도 2’의 흑 1 이하 백 14까지, 흑에는 대마의 명운이 걸린 천지대패지만 백은 흥겨운 벚꽃 나들이.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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