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렸나…2월 수입차 판매 6.5% 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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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거침없이 질주하던 수입차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꺾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7일 “지난 2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등록 대수 기준)는 1만5671대로 전년 동월보다 6.5% 줄었다”고 밝혔다.

판매절벽 우려한 1월 보다도 감소
“시장 포화에 국산차 약진 탓” 분석
개별소비세 환급 시비도 악재 작용
수입 업체선 “영업일수 감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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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판매 대수는 2014년 5월(1만5314대) 이래 최저치다. 이는 당초 개별소비세 일몰 조치로 ‘판매 절벽’이 우려됐던 올 1월(1만5671대)과 비교할 때도 3.5%가 줄어든 것이다. “수입차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특히 지난달부터 개소세 인하 조치가 재개됐음에도 수입차 판매가 전월보다 더 줄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소세 인하 효과로 사상 최대 판매량(2만4366대)을 판매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두 달 새 판매가 8695대나 떨어졌다.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는 59만6756대를 헤아리고 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개소세 환급분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시비가 인 것도 수입차 업계에는 악재가 됐다. 반면 지난달 국산차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호(好)성적을 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차 5개사는 지난달 11만616대를 팔며 전년 동월(10만3202대)보다 7.18% 판매량을 늘리며 선전했다.

이에 따라 그간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수입차 시장이 이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은 “수입차의 주요 구매층인 30~40대 중 다수가 수입차를 이미 구입해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지금까지와 같은 빠른 양적 성장보다는 소비자들이 이미 구매한 수입차 교체 주기에 맞춰 사는 구매 패턴을 보이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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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브랜드 별로 본격적인 분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구설에 휘말린 업체들의 판매량이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8085대를 팔며 전년 동기(7422대)보다 판매 대수를 8.9%나 늘렸다. 전체 수입차 중 판매 점유율도 25.34%에 달한다.

올 들어 팔린 수입차 중 네 대 중 한 대 꼴로 메르세데스-벤츠인 셈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 30~4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랜드로버는 올 들어 두달 간 1603대를 팔아치우며 전년 같은 기간(975대)보다 64.4%나 판매량을 키웠다.

반면 배기가스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던 폴크스바겐(3856대)과 아우디(2884대)는 판매량이 각각 34.8%와 51.9%씩 크게 감소했다. BMW는 같은 기간 판매 대수가 5326대로 11.4% 줄었다.

현대차의 EQ900를 비롯해 수입차를 겨냥한 국산 중·대형차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그간 수입 브랜드가 비교 우위를 보였던 고급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수입차 판매가 주춤한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차 업계에선 판매 대수 감소에 대해 영업 일수 부족과 물량 부족이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2월 수입차 시장은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와 일부 브랜드의 물량부족 등으로 인해 전월보다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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