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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최고금리 내리자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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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3일부터 대부업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27.9%로 인하됐다. 서민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지만, 이번 조치로 저신용자는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 7~10등급 고객 35만여 명
대출 거절 불법 사금융 이용 우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발표한 ‘금리상한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구축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중 최소 35만 명이 제도권 대출에서 떠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대부업 신규 이용자 중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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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가 44%였던 시기(2010년 7월~2011년 5월)엔 신규 고객의 69.2%가 저신용자였지만 34.9%였을 때(2014년 4월~2016년 2월)는 57.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신용자(4~6등급) 비중은 31%에서 42%로 늘어났다. 최고금리가 떨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업체가 우량 고객 쪽으로 대상을 옮겨가고 있다. 기존에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를 주로 이용하던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들을 대부업체가 흡수했다는 의미다. 이는 대부업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밀려나는 저신용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 대부업체의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원가를 계산해, 고객의 신용등급별로 얼마의 금리를 받아야 손익분기점인지를 따져봤다. 대손율(총 대출금 대비 대손비용 비율)을 11%로 잡았을 때 신용등급 7등급은 연 26.3%, 8등급 31.5%, 9등급 35.1%, 10등급은 47.9%가 손익분기점이었다.

따라서 최고금리가 27.9%일 땐 8등급 이하 고객은 대부업체로선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위원은 “대부업체가 저신용자 중 상환의지가 큰 고객 10%만 유지할 때 대부시장에서 배제되는 저신용자는 약 35만 명”이라고 추정했다. 대부업계의 대손율을 15%로 높여 잡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 수는 74만 명으로 불어난다. 대손율이 15%인 경우엔 6등급 고객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금리가 연 27.1%, 7등급은 30.3%로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부시장에서조차 탈락하는 저신용자는 제도권 바깥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금리 상한을 신용에 따라 차등화해서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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