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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뒤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전세계인의 눈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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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푸잉(63). [중앙포토]

해마다 3월 초가 되면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여성이 있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대변인 푸잉(傅瑩·63)이다. 일년에 딱 한 차례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열리는 전인대는 철저한 비밀주의에 가려진 중국의 국정 운영 상황이 전세계 언론에 공개되는 유일한 기회다. 올해엔 외신기자 1000명을 포함한 3200명이 전인대 프레스센터에 등록했다.

중국 전인대의 입…푸잉 대변인

전인대 대변인은 전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중국의 얼굴이자 입이다. 푸 대변인은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4년째 그 자리를 맡고 있다. 그는 "겉으로는 카메라 렌즈를 향해 말하지만 실제로는 렌즈 뒤편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전세계인의 눈을 본다"고 말했다.

푸 대변인에게는 '외유내강'의 전형이란 평가가 많다. 개막 하루 전인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과거의 약속과 달리 남중국해를 군사화하는 걸 어떻게 보나"는 질문을 받자 "군사화란 용어는 중국인의 머리에 모자를 씌우는 패권적 언어"라며 "남중국해를 오가는 군함과 비행기는 미국의 것이 가장 많은데 이건 군사화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날 선 반론을 하면서도 표정과 목소리는 평소의 온유함을 잃지 않았다.

간혹 "그건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질문"이라며 '면박'에 가까운 말도 서슴지 않지만, 친절한 답변이 뒤따르기 때문에 기자로부터의 불만은 없다. 교과서 읽듯 사전 준비된 원고를 딱딱한 어조로 낭독하는 중국 관리들의 '연설투' 답변과는 사뭇 다른 화법이다.

이는 그의 오랜 외교관 경력과 무관치 않다. 푸 대변인은 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 등 중국 지도자들의 영어 통역을 거쳐 필리핀·호주·영국 대사를 지냈고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국장)과 부부장(차관)을 역임했다. 여성 외교부 부부장은 1970년대 왕하이룽(王海容) 이후 36년만이었다. 더욱이 여성에다 소수 민족(몽골족) 출신이란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선 발탁인사였다. 당시 인민일보는 '초원의 여걸'이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중·러 관계에 대한 논문을 국제 문제 권위지인 포린어페어스에 발표하고 지난달엔 뮌헨안보회의에 중국을 대표하는 패널로 참석해 미국 등 서방 패널과 논전을 벌였다.

푸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아주국장 시절인 2003년 북·미·중 3자 회담을 성사시켰고 훗날 6자회담의 탄생으로 연결된 인연 때문이다.

4일 회견에선 작심한 듯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평화체제 구축에 있다"는 지론을 펼쳤다. "대북 제재의 성패는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지 않나"는 질문에는 "(서방 국가들이) 입만 열면 중국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하는 데 이는 마치 모든 게 중국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 같다"며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에게 "북·중 지도자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한국인은 북·중 회담이 열리기를 바라냐, 열리지 않기를 바라냐"고 되묻기도 했다. 푸 대변인은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측 파트너인 나경원 국회 통일외교위원장은 같은 여성이란 공통점 때문에 사적으로도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중앙일보와 신화사·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공동 주최하는 ‘한·중·일 30인회의’ 회원으로 합류해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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