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엄마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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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위를 둘러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엄마가 돈을 쓴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제품.의류, 심지어 자동차와 집까지 엄마의 결정 권한이 더 클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가계 지출의 80%를 엄마가 주관한다고 한다. 한해 1조6천억달러의 시장이다. 혼자 가계를 꾸려가는 엄마들을 포함하면 이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이 책은 엄마들의 소비심리와 그에 맞는 마케팅 방법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맘 마케팅(mom marketing)의 선구자인 저자는 기업과 엄마를 연결해주는 마케팅 미디어기업 BSM 미디어의 최고경영자다.

저자는 맘 마케팅에서 성공하려면 '엄마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엄마들의 언어라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엄마들의 절반 이상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엄마들끼리 빈번하게 얘기를 나눈다. 이 대화의 무대에서 탈락하면 엄마와 관련된 사업에서 성공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엄마들의 소비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들이 자신만을 위해 시장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엄마들의 관심은 일등 상품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어울리는 '신뢰'의 이미지가 제일 중요하다. 일하는 엄마와 살림하는 엄마, 자기 중심적인 엄마와 가족 중심적인 엄마는 다르지 않을까.

저자의 답은 "노"다. 살림하는 엄마는 일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오늘날 엄마는 집안 일 외에도 여러 방법과 다양한 형식으로 일하고 있다. 일하는 엄마는 물론 살림도 한다.

게다가 일하는 엄마는 늘 죄책감이나 두려움에 긴장해 있고, 일을 버리고 가정을 선택하는 엄마는 거듭되는 자기 정체성의 과도기를 겪게 된다. 엄마들의 이런 심리를 이해해야만 어느 한 쪽을 자극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충고다.

책은 맘 마케팅의 성공 사례를 제시한다. 자동차 판매회사 오토네이션은 최신형 자동차나 가격 할인에 대한 정보 대신 엄마가 자동차 구매상담을 할 때 아이는 놀이센터에서 보살피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또 엄마.아빠.아이들이 새 자동차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성공을 거뒀다. 맥도널드의 어린이 놀이방도 비슷한 사례다.

비디오 대여회사인 블록버스터는 아이들의 눈동자.머리카락 색상 등 정보를 저장한 신분증을 만들어 실종.유괴 등 사고가 났을 때 수사기관과 언론 매체에 전달하는 '어린이 사진 보관 프로그램'으로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저자는 또 엄마들을 고용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엄마들에게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라고 권한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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