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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눈길·빙판길·빗길 … 타이어에도 궁합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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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타이어는 보통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성능을 인정받곤 한다. 자신이 구입한 타이어의 성능이 최고라는 네티즌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다양한 주행 시험과 전문가들의 시승을 거쳐 성능을 비교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곳도 많다. 중앙일보 자동차팀과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뷰가 소비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표적 ‘윈터 타이어’를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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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파크에서 5개 타이어의 눈길 주행 성능을 시험했다. 금호?브리지스톤 타이어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 오토뷰]

5대 주요 업체들의 진검 승부

중앙일보·오토뷰 '윈터 타이어' 비교해 보니

윈터 타이어는 과거 ‘스노 타이어’라 불렸다. 이런 타이어는 눈길, 빙판, 낮은 노면 온도, 젖은 노면 등에서 4계절용 타이어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했다. 이번에 성능을 비교한 제품은 ‘한국·금호·넥센(국산)’과 ‘브리지스톤·미쉐린(수입산)’의 타이어들이다.

성능 비교를 위한 시험 차량은 인피니티의 ‘Q50 디젤’로 정했다. 후륜 구동 방식이지만 스노 모드까지 갖췄다. 휠 규격은 17인치로 정했다. 시험을 위한 알로이 휠은 ‘핸즈코퍼레이션’이 제공했다. 이 업체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조사로 현대·기아·르노삼성 등은 물론 폴크스바겐·닛산·링컨 등에 휠을 납품한다.

장착 타이어는 시장에서 널리 사용하는 ‘225/55 R17’ 규격이다. 판매량이 많은 쏘나타·그랜저 등에도 이 타이어를 쓴다.

다만 윈터 타이어라도 국산과 수입산은 성격에 차이가 있다. 국산 제품은 모두 ‘알파인’ 계열이고, 수입산은 ‘노르딕’ 계 타이어다. 알파인 타이어는 눈길·빙판길용 최적화 타이어는 아니다. 추운 날씨에 타이어가 트고 갈라지는 경화 현상 등을 고려해 설계했고, 시속 240㎞까지 고속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노르딕은 빙판·눈길 같은 겨울철 험로에서 더 좋은 성능을 낸다. 북유럽처럼 눈이 많이 내리고 빙판길이 일상화된 지역에서 저속 주행용으로 효용이 큰 제품이다.

시험은 빙판, 눈길,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 4가지 조건에서 진행했다. 이를 위해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빙판)와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파크 스키장 슬로프(눈길), 경기도 화성시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마른·젖은 노면)도 찾았다.

차량 운전은 강병휘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와 정진구 인피니티 상품기획 매니저, 이수기 중앙일보 기자가 담당했다. 같은 조건에서 공정한 비교를 위해 김준술 중앙일보 자동차팀장이 전반적 진행 상황을 관리했다. 성능 기록은 다양한 차량들을 계측해 온 오토뷰 기자들이 수행했다. 특히 운전자들이 시험 과정에서 각 타이어 제품의 이름을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테스트’방식으로 진행했다.

빙판 주행 성능

◆20m 가속시험=빙판길 성능은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이용객이 없는 새벽 시간에 5시간에 걸쳐 측정했다. 먼저 정지 상태에서 20m 거리를 이동하는데 소요된 평균 시간을 쟀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얼마나 구동력을 발휘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항목이다. 타이어가 헛돌지 않고 노면을 끈끈하게 붙들수록 소요 시간이 단축된다.

우선 ‘알파인’ 타이어 중에서는 금호의 ‘윈터크래프트 KW27’이 평균 8.91초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다음이 한국의 ‘Winter I’cept evo2’로 9.84초였다. 하지만 ‘노르딕 계열’에서는 ‘미쉐린 X-Ice3’가 7.45초의 평균 시간을 기록했다. 계열을 가리지 않을 경우 1위다. 이어서 ‘브리지스톤 블리작 VRX’이 뒤를 이었다.

시험 과정에선 노면의 미끄러움 정도를 균일하게 하기 위해 제품을 바꿀 때마다 일정하게 물을 뿌렸다. 눈이 녹은 뒤 기온이 떨어지면 빙판이 되기 때문에 이 시험은 겨울철 타이어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항목의 하나다.

◆20→0㎞/h 제동력=물이 뿌려진 빙판에서 제동 거리도 알아봤다. 해외에선 이보다 낮은 10마일(약 16㎞/h)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 항목에선 노드딕 계열인 ‘브리지스톤 블리작 VRX’가 가장 짧은 평균 9.65m의 거리를 냈다. 같은 계열의 미쉐린 제품은 평균 10.4m를 기록해 2위였다. 반면 알파인 계열에서는 금호 제품이 가장 짧은 13m 가량의 성능을 기록했다.

◆90도 코너링=빙판 노면의 마지막 시험은 시속 10㎞의 속도로 90도 꺾인 구간을 돌아 나가는 항목이었다. 난이도를 감안해 강병휘 프로 드라이버에게 2번의 기회를 부여했다.

알파인 계열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유일하게 2회 모두 통과했다. 넥센의 ‘윈가드 스포트’ 타이어는 아슬아슬하게 한번의 통과와 실패를 거듭했고, 한국타이어 제품은 2번 모두 코스를 이탈했다. 노르딕 계열인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제품 모두 여유롭게 코너를 돌았다.

눈길 주행 성능 비교

◆0→40㎞/h 가속 성능=시험은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의 슬로프에서 역시 새벽에 이뤄졌다. 당시 기온은 영하 6.3도, 슬로프의 노면 온도는 영하 10.1도였다. 정밀 계측장비의 오차범위는 최대 ±3cm(40m 기준) 수준이다.

먼저 정지상태에서 시속 40㎞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이 시험에선 알파인과 노르딕 계열 타이어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았다. 두 평가 항목에서 최고 기록은 브리지스톤과 금호가 각각 세웠다. 브리지스톤은 평균 6.22초만에 시속 40㎞에 도달했다. 금호는 가장 짧은 거리인 45.9m만에 40㎞/h에 도달했다.

또 40m 지점을 달려 가장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 타이어도 가려봤다. 금호가 40.5㎞/h 속도로 1위였고, 2위 브리지스톤은 근소한 40.4㎞/h를 기록했다.

◆40→0㎞/h 제동 성능=눈길 제동에선 브리지스톤이 15.5m를 기록하며 최고 성적을 냈다. 정지시간도 2.85초로 가장 짧았다. 알파인 계열인 한국타이어가 2위였다. 각 항목에서 16m의 제동거리와 2.97초의 제동시간을 기록했다. 이후 미쉐린·넥센·금호 순으로 이어졌다.

마른 노면 & 젖은 노면 성능

3차 관문은 일반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과 슬라럼을 통한 코너링 성능 시험으로 치렀다. 각 노면을 시속 80㎞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거리와 시간을 쟀다.

그 결과 젖은 노면의 시험은 넥센이 가장 뛰어난 성능을 냈다. 평균 제동 거리는 26.5m 밖에 되지 않았다. 제동 시간 역시 2.4초 수준으로 가장 빨랐다. 다음은 금호가 뒤를 이었다. 반면 노르딕 계열의 수입 타이어들은 눈길에서 강한 성적을 냈던 것과 달리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마른 노면 제동에서도 넥센이 두각을 나타냈다. 넥센은 마른·젖은 노면을 가리지 않고 일정한 성능을 냈다. 2위는 한국 타이어로 나타났다. 다음은 금호·브리지스톤·미쉐린 순이었다.

슬라럼 테스트도 실시했다. 고무 원뿔(러버콘)은 17m 간격으로 놓았다. 그리고 평균 속도를 측정했다. 이 시험에선 평균 56.8㎞/h로 한국 타이어가 1위를 기록했다. 노르딕계 타이어인 미쉐린·브리지스톤을 각각 2~4㎞/h 가량 앞서는 성능이다. 2위는 금호 타이어로 평균 55.9㎞/h를 기록했다.

제품별 총평(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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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윈터 크래프트 KW27
알파인 계열 최고속도 240km/h

금호타이어
눈길 가속에서 좋은 성능보여

◆금호타이어 윈터 크래프트 KW27(알파인)=알파인 제품 중 가장 밸런스를 잘 맞춘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노르딕 계열이 유리한 눈길 가속에서 좋은 성능을 냈다. KW27은 노르딕과 알파인의 중간 특성을 갖고 있었다. 반면 급제동 때의 소음이 크다는 점은 향후 개선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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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윈가드 스포트
알파인 계열 최고속도 240km/h

넥센
마른 노면?젖은 노면서 빠른 정지

◆넥센 윈가드 스포트(알파인)=넥센 타이어는 후발 주자다. 때문에 평가 위원들도 넥센이 선전하는 영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빗나갔다. 넥센은 복병이었다. 특히 도로 온도가 낮은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가장 빨리 정지하는 실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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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윈터 아이셉트 에보2
알파인 계열 최고속도 240km/h

한국타이어
기온 낮은 노면 빠른 코너링 속도

◆한국타이어 Winter I’cept evo2(알파인)=윈터 아이셉트 에보의 후속 모델이다. 이번 시즌에 처음 등장한 최신 제품이다. 시험 결과 기온이 낮은 노면에서도 가장 빠른 코너링 속도를 낼 수 있었다. 4계절 초고성능(UHP) 타이어와 유사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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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X-Ice3
노르딕 계열 최고속도 210km/h

미쉐린
급제동?빠른 코너링 때 소음 적어

◆미쉐린 X-Ice3(노르딕)=평가자들의 감성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끄러짐이 발생해도 운전자가 조작할 여지를 남긴 점도 좋았다. 특히 급제동은 물론 빠르게 코너를 돌아도 소음이 적었다. 미쉐린은 고성능 자동차들을 위한 알파인계 타이어 파일럿 알핀 모델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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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스톤 블리작 VRX
노르딕 계열 최고속도 190 km/h

브리지스톤
빙판길과 눈길에서 뛰어난 성능

◆브리지스톤 블리작 VRX(노르딕)=‘2016 중앙일보 타이어 평가’의 추천 윈터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블리작 VRX로 의견이 모아졌다. 운전자들이 두려워하는 빙판과 눈길에서 뛰어난 성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의 급제동에선 알파인계 타이어에 뒤졌다. 노르딕 계열의 특성상 시속 190㎞ 이상을 달릴 수 없다.

하지만 시속 200㎞ 이상의 속도를 염두에 두고 윈터 타이어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겨울철 마른 노면이라면 4계절 타이어와 스포츠 타이어로 주행할 수도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갑작스레 내린 눈을 걱정한다. 그리고 그 눈이 녹아 빙판이 되었을 때 애를 먹는다. 이 환경에선 블리작 VRX가 안전하게 운전하기 편했다.

이수기 기자, 오토뷰=김기태 PD·김선웅 기자 news@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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