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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모건 프리먼 주연 '브루스 올마이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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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소원 리스트'같은 게 있다면 '내가 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로또 대박 한번 맞아봤으면 좋겠다'와 1, 2위를 다툴 게 뻔하다. 부모가 걸어다니는 지갑인 줄 아는 아이들, 악악 대는 마누라, 밉살스런 직장 상사와 영원히 안녕일 텐데.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쓸 텐데.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마이티'는 이 시대 갑남을녀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주는 코미디다. 이야기 전개는 빤하지만 대리 만족 효과는 확실하다.

물론 결론은 불변이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신이 되더라도 꼭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 행불행의 열쇠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자유 의지' 말이다.

주인공 브루스(짐 캐리)는 지방 방송국의 뉴스 리포터다. 그의 삶은 짜증으로 얼룩져 있다. 리포터랍시고 맨날 카메라 앞에서 바보 노릇하기도 지쳤는데, 재수 없는 동료는 그가 그렇게 원하던 앵커 자리를 꿰찬다. 그는 생방송 도중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다 잘린다.

"신은 돋보기로 장난치는 악동이며 인간은 괴롭힘을 당하는 개미"라며 하늘을 원망하던 브루스에게 어느 날 신(모건 프리먼)이 호출을 한다(말 그대로 삐삐가 울린다). 신은 그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이게 웬 떡이냐 싶은 브루스는 떠먹던 수프가 홍해처럼 반으로 쩍 갈라지게 하고 평소 좀 작다 싶었던 애인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턴)의 가슴도 빵빵하게 키우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마음껏 행사한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코미디의 제왕 짐 캐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오락 영화다. '에이스 벤추라''덤 앤 더머'에서 보여줬던 다소 역겹고 과장된 연기가 싫었다면 이 영화는 '트루먼 쇼'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짐 캐리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얼굴이 바로 연기'인 이 천재적인 배우는 코미디가 드라마보다 연기력을 덜 필요로 하는 장르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신과 관련된 묘사도 웃음 포인트. 신은 '옴니프레젠트(omnipresent: 어디에나 있는)'라는 회사의 수위이자 청소부 겸 사장.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간디는 하느님을 만난 충격으로 3주간 단식을 했고 중세의 암흑시대는 하느님이 잠시 휴가를 갔기 때문에 온 것이라나.

신의 능력을 지니게 된 브루스가 접속하는 메일 서버는 야후를 패러디한 야훼닷컴(www.yawhe.com)이고 사람들이 올린 기도는 이곳으로 접수된다는 식의 설정이 재미있다.

또 셀 수 없는 사람들의 소원을 처리하느라 쩔쩔매는 브루스의 모습을 통해 기도는 사리사욕을 비는 게 아니라는 걸 슬쩍 꼬집기도 한다.

'에이스 벤추라''너티 프로페서''라이어 라이어'를 만든 톰 셰디악이 감독했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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