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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종자 빼돌려 호주머니 채운 국립종자원 4개 지원 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종자원 공무원들이 농가에 보급하는 벼·보리 등 농산물 종자를 빼돌려 억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9일 우량종자를 불량종자로 둔갑시키고 전산 시스템을 조작해 농산물 종자를 빼돌려 판매한 혐의(횡령 등)로 국립종자원 경남지원 손모(46)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경남(3명)·충남(2명)·강원(1명)·전북지원(1명) 소속이거나 퇴직자(2명)였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종자를 시중가보다 싸게 사들인 혐의(횡령)로 신모(52)씨 등 농산물 유통업자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공무원들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우량종자 생산·보급을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로 수매한 벼·콩 등 농산물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우량종자를 불량종자로 둔갑시킨 후 적법한 공매절차 없이 유통업자 등에게 싸게 파는 수법으로 1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원래 불량종자는 동물사료나 퇴비 등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공무원들은 ‘종자관리통합정보시스템’에서 불량종자의 수치를 조작해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경남지원 소속 공무원은 다른 지원으로 발령을 받은 뒤 그곳 직원과 공모해 같은 방법으로 횡령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횡령한 돈을 개인적으로 나눠 쓰거나 회식비, 다른 지원 직원 방문 시 접대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의 국립종자원 10개 지원 중 4개 지원에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며 “모두 선배들로부터 범행 방법을 배운 뒤 관행적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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