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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오스카상 한’을 푼 두 남자, 디캐프리오·모리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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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지 22년 만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2)가 오스카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아카데미상만 빼고 모든 걸 다 가진 남자’로 불렸던 그가 한을 푼 셈이다. [AP=뉴시스]

“오스카상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The Oscar goes to Leonardo Dicaprio!)”

드디어 그의 이름이 불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LA 돌비극장에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호명되자 큰 박수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아카데미와 유독 인연이 없었던 세계적인 톱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마침내 첫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길버트 그레이프’(1994), ‘에비에이터’(2005),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4)에 이어 다섯 번째 도전한 끝이었다.

그는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에서 곰의 습격을 받고도 아들의 복수를 위해 처절하게 적의 뒤를 쫓는 사냥꾼 글래스 역을 맡아 참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악전고투를 연기했다.

극한의 고통은 스크린을 넘어서도 절절히 느껴졌다. ‘이번에야말로 디캐프리오가 꼭 받아야 한다’는 팬들의 염원은 뜨거웠고, 온라인에는 ‘디캐프리오 오스카상 타기’ 게임이 등장할 정도였다.

시상식 내내 긴장을 감추지 못했던 그는 수상이 확정되자 담담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제작하던 2015년은 가장 더운 해였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다운 올바르고 감동적인 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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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라슨

‘레버넌트’의 진기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에 이어 또다시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감독상 2연패는 존 포드(1941~42) 감독, 조셉 L 맨키위즈 (1950~51) 감독 이후 역대 세 번째다.

멕시코 출신인 이냐리투 감독은 “아직도 피부색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많다. 피부색은 머리카락 길이만큼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남녀 주·조연상 후보 40인에 흑인 배우가 단 한 명도 없어 ‘화이트 오스카’라는 논란 속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그의 수상 소감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촬영상도 ‘레버넌트’의 몫이었다. ‘그래비티’ ‘버드맨’에 이어 3년 연속 이 상을 수상한 에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은 아카데미 최초로 3연패 기록을 세웠다.

주요 기술 부문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차지였다. 미술·의상·분장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작품상은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지 기자들이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실을 밝혀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스포트라이트’(토머스 매카시 감독)에 돌아갔다. 배우들은 물론 실제 주인공인 기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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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계의 세계적인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88)도 처음으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AP=뉴시스]

‘헤이트풀8’(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로 음악상을 받은 영화 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무대로 올라선 순간은 뭉클함을 선사했다. 1961년 ‘파시스트’로 데뷔해 ‘황야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 천국’ 등을 통해 수많은 명곡을 내놓았지만, 이상하리만큼 아카데미와 연이 없었던 그였다. 여섯 번 후보에 오른 끝에 55년 영화 인생 최초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노장은 눈물을 흘렸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이트 오스카’ 논란 속에 스파이크 리 감독,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들이 시상식에 불참하는 등 ‘불명예’ 속에 치러졌다. 아카데미 측은 논란을 의식한 듯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사회자로 내세우고, 흑인 배우들을 대거 시상자로 세웠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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