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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서 동심 어루만지는 ‘피터팬 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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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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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캐리와 캐빈이 서울 용산구 소화아동병원을 찾아 투병 중인 아이들 30여 명을 만났다. 캐리와 캐빈은 “몸이 아파 하루종일 병원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크게 웃고 힘을 얻어 병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캐리소프트]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화아동병원 3층 강당에 분홍색 옷을 입은 ‘캐리’(강혜진·27)와 풍선을 한가득 든 ‘캐빈’(강민석·28)이 등장했다. 환자복을 입은 30여 명의 어린이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손에 링거 주사를 꼽은 한 아이는 “캐리언니 보고 싶었어요”라고 외쳤다.

유튜브 어린이 방송 MC 캐리·캐빈
‘장난감 친구들’ 동영상으로 인기
조회수 7억 건 ‘초통령’으로 통해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캐리와 캐빈은 곧이어 퀴즈쇼를 진행했다. “겨울왕국의 주인공 여동생이 좋아했던 남자의 이름은 뭘까요?”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한스요!”하고 단번에 답을 외쳤다.

폐렴으로 입원한 네 살짜리 손자와 함께 온 이명진(59)씨는 “병실에선 힘이 없던 손자가 오랜만에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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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左), 캐리(右)

병상의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캐리와 캐빈은 유튜브의 유명 키즈 방송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MC다. 친남매인 이들이 각종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의 줄임말)’ 반열에 올랐다.

2014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61만 명, 누적 조회 수 6억 9000만 건(2월 16일 기준)을 기록하며 한국 유튜브 채널 순위 4위에 올랐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키즈 콘텐트 제작사인 캐리소프트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나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게 건전하고 유익한 놀이법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지난해 8월 기획했다.

캐리는 권원숙(45) 캐리소프트 대표의 딸이 사용하는 영어 이름에서 따왔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키즈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방송연예학을 전공한 강혜진씨가 캐리로 발탁돼 1년 여 간 혼자 진행하다 최근 오빠인 강민석씨가 ‘캐빈’이란 이름으로 합류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장난감으로 상황극을 펼치거나 만들기 수업을 한다. 상황극 속에선 로봇과 인형이 가족이 되기도 하고, 공주와 왕자가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캐리는 “어릴 적 오빠랑 항상 레고나 인형을 가지고 같이 놀았는데 그때를 떠올리면서 놀다 보니 아이들 코드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제작되는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엔 감독도 대본도 없다. 방송에 나오는 장난감 등은 캐리와 캐빈이 매 주말 직접 마트나 남대문시장 등을 돌며 고른 것이다.

이들이 처음 아픈 아이들을 찾은 건 지난 해 가을, 뇌병변 2급의 서아(가명·3)를 만나면서부터다. “걷지 못하는 서아가 수십바늘의 주사치료를 받을 때, 우리 방송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는 서아 어머니의 e메일을 받았어요. 그때 ‘내가 아픈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하고 처음 깨달았죠.” (캐리)

그 뒤 캐리와 캐빈은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을 찾아가 생일파티를 해주거나 오지 학교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고 깜짝 방문을 하는 등 재능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병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싶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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