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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판티노 FIFA 수익금 분배 공약 적중, 스포츠계 ‘합리적 리더’ 이미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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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23면

불명예 퇴진한 제프 블라터 전 회장에 이어 FIFA 회장에 오른 잔니 인판티노. [신화=뉴시스]

유럽계 인사가 FIFA 수장을 맡는 전통도 변함 없이 유지됐다. FIFA는 112년 역사를 통틀어 8명(인판티노 제외)의 회장을 거치며 단 한 번도 비유럽계 인사에게 회장직을 내주지 않았다. 역대 회장 중 유일하게 브라질 국적자인 7대 회장(1974∼98) 주앙 아벨란제는 벨기에인 아버지를 둔 브라질 이민 2세다. 알칼리파 후보가 아시아·아프리카 연대를 앞세워 반란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당선의 배경에는 파격적인 공약이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209개 FIFA 가맹국 모두에 매년 500만 달러(약 62억원), 대륙별 연맹에는 매년 4000만 달러(약 494억원)의 수익 분배금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FIFA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현행 32개국에서 40개국으로 늘리고 이웃 나라 간의 공동 개최를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다른 후보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약대로라면 FIFA는 2년 내로 파산할 것”이라며 비난한 반면,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아프리카·오세아니아의 회원국 일부는 “축구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반겼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으로 국제변호사 출신 행정가다. 2009년부터 UEF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국제 스포츠 행정가 사이에서 ‘합리적 리더’ 이미지를 심었다. 과도한 지출로 인한 경영 위험을 막기 위해 UEFA 산하 프로리그에 선수 인건비가 구단 수입의 총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inancial Fair Play)’ 정책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유럽축구선수권 본선 참가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려 ‘흥행’과 ‘재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2018년부터 개최될 예정인 유럽 내 국가대표팀 리그(UEFA 네이션스리그)도 그의 작품이다.


‘미셸 플라티니(61) UEFA 회장의 대리인’이라고 폄훼하는 시선도 함께 존재한다. 인판티노 회장이 플라티니 휘하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오른팔’로 불리며 묵묵히 행정에 전념했던 이력 탓이다. 플라티니 회장이 블라터 전 회장으로부터 200만 스위스프랑(약 25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FIFA 회장 선거 출마가 어려워진 시점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대리 출마’ 의혹을 낳았다. 인판티노 회장이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FIFA월드컵 본선 출전국 확대 방안도 기실 플라티니의 아이디어다. 앞서 플라티니 회장은 “내가 FIFA 회장이 되면 본선 출전국을 40개국으로 늘리겠다. 유럽과 아시아·아프리카에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2장씩 더 주고 북중미·남미·오세아니아에도 2장을 추가 할당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이 FIFA의 최우선 해결 과제인 ‘개혁’과 ‘환골탈태’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취임 일성 키워드를 ‘합리적 운영’과 ‘균형 발전’으로 잡은 건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인판티노 회장은 당선 확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FIFA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직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일하겠다. 아름다운 스포츠인 축구를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 놓기 위해 여러 회원국과 함께 준비하겠다”며 “대륙별 균형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이를 위해 비서관들을 전원 비유럽 출신으로 뽑아 도움을 받겠다”고 말했다. 플라티니 회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그의 지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함께 일한 시간이 즐거웠다”면서도 “나는 굳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플라티니와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억측도 많지만 나를 믿어 달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대륙별로 표가 나뉜 것에 대해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그는 “1차 투표 때 표 대결 양상이 치열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 회장 선거는 전쟁이 아니다”며 “축구는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FIFA 회원국들은 회장 선거에 앞서 조직 투명성과 의사 결정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회장 임기를 최대 12년으로 제한해 독재 및 부정부패 가능성을 줄이고 권력 남용 추문이 끊이지 않던 최고의결기구 집행위원회는 없애기로 했다. 총회 투표를 거쳐 선출한 36명이 협의회를 만들어 각종 행정 업무를 도맡을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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