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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기법 활용해 설계·시공 변경 ‘제로’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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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5 면

빌딩을 지을 때 완벽한 설계도를 만들고 정확하게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시공 과정에서 설계 오류가 생기고 구조나 동선이 바뀌어 공사가 늦어질 수 있다. 발주처와 시공사 간에 공사를 둘러싸고 분쟁도 끊이질 않는다. 앞으로 건축 현장에서 이러한 잡음이 잦아들 것 같다. GS건설이 설계 오류를 없애고 공사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를 지나다 보면 공사가 한창인 고층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GS건설이 7월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파르나스타워’다. 이 빌딩에는 기획·설계 단계부터 발주처·설계사·시공사가 참여해 공사 운영을 최적화하는 ‘프리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이하 프리컨)’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파르나스타워 건축에 첫 적용 각 주체가 한 팀을 이뤄 담당 분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3D 설계도 기법을 통해 시공상의 불확실성이나 설계 변경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것이다. 설계나 시공 오류를 사전에 잡아내 재시공으로 인한 공사기간 지연과 비용 증가를 방지할 수 있다.


?GS건설은 2013년 7월부터 건축프리컨팀을 설립해 설계 단계부터 공종 간 간섭과 설계 오류를 없애 설계사와 함께 최적화된 통합 설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3D 기법을 활용해 비건설 전문가인 발주자가 쉽고 정확하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발주자의 사업 예산과 기간에 맞는 최적화된 설계를 완성할 수 있다.


 파르나스타워 건축에는 3D 기법으로 설계도를 검증해 실제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정밀하게 잡아냈다. 예를 들면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경사로의 경우 진입로를 받치는 뼈대와 공사용 임시 철제 구조물의 위치가 서로 겹쳐 설계대로 시공할 수 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종전엔 시공에 들어가야 문제점을 알 수 있었으나 프리컨 방식을 적용해 설계 도면상에서 수정해 문제를 미리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절감한 공사비만 100억원에 달한다.


 GS건설 우무현 건축부문 대표는 “프리컨은 선진 건설사에선 이미 일반화된 기술로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프리컨 기술을 도입해 질적으로 우수한 설계와 시공 노하우를 쌓아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컨 기술을 시범 적용한 파르나스타워 공사 현장.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수주 GS건설은 프리컨 기술 덕에 지난해 7월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신축공사를 따냈다. 인천시 경서동 청라국제도시 B-11블록에 들어서는 이 통합데이터센터는 하나금융그룹이 청라국제도시에 조성할 하나금융그룹의 1단계 조성 사업 중 하나다. 공사비 1800억원 규모로 데이터센터·개발센터·웰컴센터로 구성된다. 2017년 완공되면 통합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 등 그룹 전 계열사의 모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모아진다.


 발주처인 하나금융그룹과 설계사인 삼우건축종합사무소, 시공사인 GS건설, 시공 협력사와 장비업체 등이 설계 단계에서 참여했다. 설계사가 발주처 의도를 반영한 대안을 제시하고 비용·설계·시공성 검토를 통해 설계 변경을 가급적 줄이고 사업비를 투명하게 관리해 공사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데이터센터와 같이 성능 위주 건물은 설계 단계에서 실제 공사를 수행할 주체와 전산장비업체가 설계에 참여하지 못해 설계 및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많다. 또 시공업체와 장비업체의 실제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공사비 예산 산정도 정확하지 않다. 시공 단계에서 잦은 설계 변경이 생기고 사업비가 늘거나 사업 기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종별 설계 결과 합쳐 오류 최소화 GS건설은 3D 설계 등을 이용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공종별 설계 결과를 통합해 공종 간의 간섭, 설계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설계사는 처음엔 2차원(2D)으로 설계했으나 3D 기법을 활용한 공종 간 통합 검토와 조정을 위해 3D 빌딩정보모델링(BIM) 설계를 함께 제출했다. GS건설은 공종별 시공 협력사에 3D 기법을 이용한 설계도를 제공해 시공 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미리 점검할 수 있었다.


 특히 발주처, 설계사, 시공사, 시공 협력사가 참여하는 통합 조정회의를 주 2회 열었다. 공종 간 간섭이 있는지 검토한 결과 기계실로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연도에서 골조와 간섭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골조의 위치와 연도 배열을 조정해 이 문제를 공사 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


 20여 차례의 통합 조정회의를 거쳐 169건의 설계 관련 오류를 짚어냈다. 기본적인 설계 오류 검토 외에도 발주처와 시공사, 시공 협력사의 조정회의를 통해 개선 사례가 많았으며 개선 사항 비율도 높일 수 있었다.


?GS건설 건축프리컨팀 정연석 차장은 “기존의 2D 설계에서는 해당 공종의 2D 도면을 취합해 의사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비전문가인 발주자나 다른 공종 참여자가 3D 설계를 통해 전체적인 설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돼 설계 단계부터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계 이해 쉬워 의사결정 빨라 3D를 기반으로 한 프리컨 기술은 골조와 가설 계획에도 활용됐다. 철근콘크리트 골조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근 배근을 3D 기반으로 자동 생성해 철근 가공 물량을 정확하게 산출해 견적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철근의 주문 길이, 보정 길이, 시공 조인트 등의 변경을 통해 최적안을 도출해 시공성을 높이고 공사비를 줄일 수 있었다. 골조 개구부는 건축, 설비전기 요소와 철근 배근과의 간섭을 고려해 설계했다. 이렇게 작성된 철근 3D 모델은 이음, 정착 등 철근 배근 상세도면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기 때문에 철근 가공도 작성을 빠르게 할 수 있고, 정확한 물량을 토대로 공사 현장에서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GS건설 건축프리컨팀 김현철 부장은 “프리컨 기술을 통한 시공 계약은 공사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발주처와 시공사의 분쟁을 방지하고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건설 문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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