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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총국 제재 못박은 건 한국 주장 반영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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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6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제재 대상인 북한의 개인과 단체는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현재의 제재 리스트에는 개인 12명, 단체 20곳이 올라 있다. 여기에 개인 17명, 단체 12곳이 추가된다.

외교부 “김정은 아킬레스건 압박”
항공유 수출 중단도 강하게 요구

이 중 대남·해외공작을 총괄하는 북한 정찰총국이 제재 리스트에 새로 오르게 된 것은 한국의 강력한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초안 도출 과정을 잘 아는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과 문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내용을 알려 줬다”며 “정부는 피드백을 주고 다시 미국이 중국과 협의한 뒤 이를 적극 수렴하는 형태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강하게 주장해 들어간 게 정찰총국을 새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것”이라며 “정찰총국을 제재 대상으로 못 박은 것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리적 타격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정은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도 했다.

 정찰총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및 미국 소니사 해킹 등 도발을 도맡아 온 기관으로 정보 당국이 지목하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대남 테러를 지시해 정찰총국이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기본적으로 모든 해외 자산이 동결돼 여러 가지 면에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항공유 대북 수출 중단도 한국이 강하게 원한 것이라고 한다. 항공유 공급이 끊기면 북한 공군기 훈련 자체가 불가능해 공군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한·미는 지난해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재 결의안에 담길 요소를 협의해 왔다.

문안도 거의 만들어 놨지만 남북 간 8·25 합의와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북한 방문 등으로 긴장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자 보류했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감행 직후 한·미가 곧바로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중국에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전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도발까지 하며 결의안 도출에 최장기간이 소요됐다. 제재안 내용이 알려진 26일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51일 만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로 인해 시간은 더 걸렸지만 오히려 고강도 결의가 도출됐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한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에 대한 처벌성 결의를 제외하곤 역대 유엔 안보리 결의 중 가장 강력하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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