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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집 밖서 죽음 맞는 비율 80% 사상 최고…3월이 가장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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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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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숨지는 사람의 비율이 역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통계청은 지난 24일 ‘2015년 사망 통계(잠정치)’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한국인 임종의 몇 가지 특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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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사망자 27만5700명 중 74.7%가 병원에서 숨졌다는 게 가장 눈에 띈다. 2014년(73.1%)에 비해 1.6%포인트 올랐다. 집이 아닌 객지에서 죽음을 맞는 객사(客死) 비율이 역대 최고다.

중환자실 등 대부분 병원서 사망
가정 호스피스·왕진 뒷받침돼야
50대 남성 사망률, 여성의 2.9배
음주·흡연 쌓여 간·심장질환 발병
9월보다 3월 사망자 훨씬 많아
봄 넘어가는 환절기 고령자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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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정 사망은 15.6%로 가장 낮았다. 65~84세 노인 10명 중 8명(79.4%)은 병원에서 숨졌다. 이런저런 병을 앓다가 집에 오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는 뜻이다.

20~30대는 사고로 숨지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병원 사망이 50% 안팎이다. 대신 회사에서 숨지거나 교통사고로 숨지는 경우가 20~30%(노인은 6.9%)에 달한다.

 윤모(65)씨는 지난해 10월 위암이 재발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4년여 전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위를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이미 폐·골수 등에 전이된 상태였다. 위암 4기였다.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여섯 번 정도 항암제를 맞았더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면역력도 극도로 떨어졌다. 암세포도 거의 사라지지 않았다.

2차 항암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폐렴이 왔고, 항생제를 썼지만 듣지 않았다. 입원 일주일 만에 병실에서 숨졌다. 가족들과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유언을 하거나 유산을 정리할 겨를도 없었다.

 백혈병을 앓던 80대 여성은 발병 10개월 만인 지난해 2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이 환자는 두 달가량 중환자실 신세를 졌고 마지막에는 약·영양제 등을 공급하는 12개의 줄을 달고 차가운 병실에서 세상을 떴다.

이 환자의 가족은 “집으로 모셔 밥도 같이 먹고 가족들과 편히 보냈어야 했다. 지나고 나니 ‘의학적 고문’을 당하다 병원에서 운명하도록 했던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병원 사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 진료 제도가 없어서다. 요양병원의 증가도 병원 사망을 늘린다. 요양병원은 2005년 203개, 2010년 867개에서 지난해엔 1372개로 증가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대 교수는 “말기 환자가 집에서 지내다 임종 징후가 있으면 응급실로 가서 거기서나 중환자실에서 숨지는 경우가 많다”며 “집에서 숨지면 변사로 처리돼 복잡한 일이 발생하는 것도 가정 사망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호스피스나 왕진, 가정 간호 등이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병원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한국처럼 병원 사망이 80% 정도까지 올라갔다가 이런 제도를 확대하면서 증가세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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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사망의 또 다른 특징은 50대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2.9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50대 남성 1000명당 5.2명이 숨졌다. 여성은 1.8명이었다. 전체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1.2배인 점을 감안하면 50대 남성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남녀 사망률 차이는 40대가 가장 컸으나 2005년께부터 50대로 바뀌었다.

 50대 남성 사망 원인 1~10위(2014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위인 암 사망률은 여성의 1.9배다. 자살(3.2배), 심장 질환(4.8배), 간 질환(7.4배) 등이 뒤를 잇는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남성이 흡연·음주 등 건강 위해 행위를 많이 하는데 그 해악이 축적돼 50대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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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격차와 관련,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0대 남성은 명예퇴직 1순위다. 실직하면서 경제력을 상실할뿐더러 가정 내 역할까지 잃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자살)을 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1년 중에는 3월 사망률이 가장 높다. 지난해 3월 2만6500명이 숨졌다. 9월 2만1300명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 과장은 “2, 3월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여서 고령자 사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 급성 심근경색이나 폐렴으로 숨진 사람도 3월에 가장 많았다.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달도 3월이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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