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계 부채 1200조 돌파…국민 1인당 2400만원 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년 새 122조원 늘어
분양 시장 호조로 집단 대출 많아
시중은행 주택대출 400조 넘어서
정부에선 ‘큰 문제 없다’는 입장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5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207조원으로 일년 새 122조원이 급증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41조 1000억원이 늘었다.

기사 이미지

연간·분기 증가폭 모두 가계신용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2015년 우리나라 총 인구수(추계)가 5061만 7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한 사람당 약 2400만원의 빚이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의 주범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분기에만 18조원이 늘어나 지난해 말 잔액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상호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도 석 달 새 3조 1000억원이 늘어 잔액이 99조 5000억원에 달했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아파트 분양 시장의 호조로 집단대출 수요가 는 데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앞두고 선수요가 발생해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거래가 주춤해졌는데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는 건 집단대출의 영향이다. 집단대출의 중도금과 잔금 등의 대출금은 분양 시점보다 늦게 통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9.6%에서 올 1월 40.4%로 상승했다. 향후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증가 폭이 늘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분양 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2~3년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 수 있다”며 “2~3년 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분양한 주택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면 금융권과 건설업계로까지 부실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 문제가 가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지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이날 발표한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방향’에서 집단대출과 관련, “은행 스스로 입지와 분양가능성 등 사업성을 점검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상환능력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여신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지만 은행이 ‘알아서’ 관리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여신 가이드라인은 수도권에서 이달부터 시작됐으며, 비수도권은 5월2일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금융 시스템 차원의 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건전성이 양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늘었고 ▶지난해 말 연체율이 0.33%로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하며 ▶상환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 가구가 가계부채의 약 70%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가계 빚이 늘었지만 금융자산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금융자산은 금융부채의 2.2배에 달한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시장 정상화,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수요 확대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한 뒤 “올해는 총량 증가세는 둔화되고 구조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숙·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