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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황사머니', 세계 축구를 뒤덮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발 '황사 머니'가 전세계 축구를 빠르게 뒤덮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둔 중국 프로축구 클럽들이 앞다퉈 세계축구 스타 플레이어 수집에 열을 올린다. 적정 수준보다 높은 몸값을 주고서라도 실력 있는 선수를 데려와 리그의 수준과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중국 수퍼리그(프로축구 1부리그) 소속 16개팀이 1월 한 달 동안 선수 이적료로 지출한 돈이 2억5890만 유로(약 3521억원)에 달한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 프로축구가 지출한 금액(9654만 유로·1313억원)의 2.7배에 해당한다. 아시아 프로축구리그에서 중국은 단연 최고 이적료를 쓰고 있다.

유럽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올 겨울 수퍼리그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쏟아부은 돈은 유럽 빅리그 마저 능가했다. 이적료 규모가 비슷한 리그가 2억4730만 유로(3363억원)를 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이탈리아 세리에A(8665만 유로·1178억원), 독일 분데스리가(4792만 유로·652억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3192만 유로·435억원) 등 유럽 4대 리그의 나머지 세 축은 중국의 자금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중국 프로축구 2부 갑급리그도 분데스리가와 비슷하고 프리메라리가보다 많은 4740만유로(645억원)를 썼다. 지난 1일 이적시장 문을 닫은 유럽리그와 달리 이달 26일까지 선수 영입이 가능한 중국 클럽들은 자료발표 이후에도 굵직한 이적 뉴스를 만들고 있다.

이적 예산이 치솟으면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3~4년 전만 해도 수퍼리그는 니콜라스 아넬카(37·프랑스), 디디에 드록바(38·코트디부아르) 등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뛰는 무대로 인식됐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 ▶현역 국가대표 ▶유럽 빅클럽 소속이거나 또는 빅클럽의 주목을 받는 선수가 수퍼리그의 스카우트 대상이다.

장수 쑤닝은 샤흐타르(우크라이나) 소속이었던 브라질대표팀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27)를 데려오며 5000만 유로(680억원)를 지불했다. 리버풀(잉글랜드)과 협상 중이던 테세이라를 가로채기 위해 리버풀의 베팅액(3500만 유로·476억원)보다 200억원을 더 썼다. K리그 클래식 소속 구단의 1년 예산(평균 150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웃돈으로 준 셈이다. 장수는 브라질대표팀 미드필더 오스카(24)를 데려오려고 소속팀 첼시에 7500만유로(1021억원)를 이적료로 제시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63·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축구굴기(蹴球?起·축구를 통해 일어섬)' 의지를 접지 않는 한 중국축구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세계 축구 권력의 중심이 유럽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 축구의 팽창은 표면적으로 한국 축구의 위험 신호다. 중국이 아시아 최강인 한국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를 적극 영입하고 있어서다. 올 겨울에 포항 공격수 김승대(25)와 제주 미드필더 윤빛가람(26)이 옌볜 FC로, 전북 수비수 김기희(26)가 상하이 선화로 이적했다. 또 홍명보(47)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항저우 그린타운 지휘봉을 잡았고, 김상호(52) 전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 장외룡(57)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상하이 선신과 충칭 리판을 각각 맡았다.

반면 한국 축구가 중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전북은 브라질 공격수 에두(35)를 허베이로 보내며 52억원을, 김기희에 대한 이적료로 74억원을 받았다. 이장수(60) 전 광저우 헝다 감독은 "중국팀들이 해외에서 데려오는 선수들은 대부분 공격수들이다. 수비수 강화와 유소년 육성 부문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한국의 국가대표급 수비수와 실력 있는 지도자는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씀씀이가 줄어든 K리그에 중국 자본이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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