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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어 절대평가, 1등급 지역격차 더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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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과목의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지역별·학교별 성적 격차가 현재보다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영어는 올해 고교 2학년이 되는 학생이 치르는 2018학년도에서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뀐다.

본지가 입시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2015학년도 수능을 토대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별로 절대평가 도입 전후 영어 1등급 학생 비율을 비교했다. 상대평가 기준 1등급은 상위 4%이내이며, 절대평가 기준 1등급은 90점 이상이다. 상대평가 기준 1등급 비율은 강남구가 13.2%, 중랑구가 0.8%이나 절대평가 기준 1등급 비율은 강남구 32.7%, 중랑구 4.9%다. 두 지역 간 격차는 12.4%포인트에서 27.8%포인트로 벌어졌다.

절대평가 도입 후 영어가 2015학년도 수능처럼 쉽게 출제될 경우 강남구는 10명중 3명이, 서초구(23.7%), 양천구(20.5%)는 10명중 2명이 1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별로도 소위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와 양천구 등 4개 지역 학교들이 절대평가 영어 1등급 비율 상위 20위를 휩쓸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절대평가 효과가 지역ㆍ학교별로 균등하지 않다는 의미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비강남 지역 학교가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상대평가는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등으로 구분돼 시험 난이도와 상관없이 등급별 비율이 일정하다. 이에 비해 절대평가는 90점 이상 1등급, 80점 이상 2등급 등으로 구분돼 시험이 쉬우면 1등급 비율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하고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절대평가가 되면 강남권 학교나 자사고 등은 1등급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다른 지역 학교는 여전히 1등급 받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학교에선 수능 위주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비가 절감될지도 미지수다. 영어에 비해 변별력이 커지는 국어와 수학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사교육도 최상위권에서만 약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연구소장은 “내년부터 영어 수업을 줄이고 국어 수학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학원가에서는 절대평가로 인한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중상위권을 대상으로 90점 받는걸 목표로 하는 강좌가 등장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4월로 예고된 2018학년도 대입전형계획 발표를 앞두고 영어 과목 반영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 학생 수는 2만6070명이지만 절대평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수가 9만664명이다. 서울권 대학 전체 모집인원(7만7990명)보다 1등급 학생이 많아지는 셈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절대평가로 바뀌면 1등급이 몇 명이나 나올지 예상할 수가 없어 반영비율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구안규 입학기획팀장은 “대부분 대학은 기존 영어 과목 반영비율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는 한국사나 제2외국어처럼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연말까지 영어 문항 구성방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혼란을 막기 위해 문항 수나 배점 방식은 동일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이 실제 영어 문제를 접해보는 것은 내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부터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험생에게 최대 관건은 난이도인데 내년이나 돼야 알게된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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