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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개성공단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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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2016년 2월 11일 26면>
개성공단 폐쇄 안타깝지만 북한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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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정부가 어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까지 던진 셈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우리가 도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볼 때 남북 경협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은 가동 12년 만에 거대한 폐허로 변할 운명을 맞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우리가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압박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우리 요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뼈를 깎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와 고충은 이해하지만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연간 약 1억 달러의 현금이 사라진다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북한이라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마간 타격은 있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혹독한’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에 ‘감동’받아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지도 의문이다. 반면에 124개 입주 기업들로서는 심각한 손실과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카드까지 꺼내진 않았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로켓 실험을 하자 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다. 과연 비례적 대응에 맞는지 의문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됨으로써 남북 간에 남은 마지막 끈마저 사라졌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한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고 봐야 한다. 개성공단을 통해 한줄기 변화의 바람을 북한에 불어넣는다는 발상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일방적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약 5개월간 가동을 중단한 것을 빼고는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해 왔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에서도 개성공단만큼은 예외였다.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문을 닫지 않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성공단만큼은 살려두는 것이 한반도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도발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으니 결국 북한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버린 남북한을 역사는 뭐라고 평가할지 궁금하다.

한겨레 <2016년 2월 11일 31면>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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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 해소’를 재개 조건으로 달았으므로 폐쇄와 마찬가지다. 북한의 1월 6일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의 일환이라지만 분명 지나친 조처다. 이 조처가 오히려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동안 세 차례의 북한 핵실험이 있었지만 공단 가동이 멈추지는 않았다. 2013년 3월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반발해 북쪽 노동자를 철수시켜 가동이 여러 달 동안 중단된 적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관계의 안전판 구실을 톡톡히 해 온 개성공단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책임 있게 북한에 평화 파괴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북쪽의 공단 관련 수입은 연 8000만~1억 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로 들어가는 것은 30% 수준이다. 큰 액수가 아니거니와 정상적 경협 수입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비약이다. 그보다는 한 해 생산액이 5억 달러가 넘는 남쪽 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 대북 제재가 아니라 우리 기업에 대한 제재인 셈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실효성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바 있다. 이 조처에 대해, 제재 효과는 없으면서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제공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영국은 이 조처를 두고 부정적인 논평을 냈고 중국은 핵실험 직후 북한을 압박하던 기조에서 중립적인 쪽으로 돌아섰다. 개성공단 폐쇄 또한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개성공단 폐쇄는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좁힐 수밖에 없다.

북한의 7일 장거리 로켓 발사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임은 명확하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 논의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것이어서 더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김정은 북한 정권은 ‘체제 수호’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핵·미사일 개발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를 우리나라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공조가 중요한 까닭이다. 한반도 관련국들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최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정부가 취하는 행동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내밀어 중국·러시아와 큰 틈을 만들었고, 이제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결정으로 스스로 국제 공조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핵 문제 등은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지금이 바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보는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하도록 요구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것 등이 그렇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도 국제사회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조처가 취해진다면 북한 대외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북한 체제 붕괴라는 목표가 적절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시도 자체가 주관적 희망의 소산이다. 제한적이나마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가 취해지더라도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 앞서 미·중 갈등이 급격히 고조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앞으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서겠지만 그보다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일본 역시 북한 도발을 재무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정부가 어떤 로드맵을 갖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응에는 즉흥성이 묻어난다. 혹시라도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면 큰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대북 카드는 거의 다 꺼낸 셈이 됐다. 이제 물리적 충돌만이 남은 듯해 걱정이다.

논리 vs 논리
실효성과 적절성 의문…한반도 정세 악화시킬 가능성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협력의 하나로 구체화된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해 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 사업으로 평가된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 사건 등 몇 차례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면서 남북 협력과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지난 2월 10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에 이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극단적 도발”이라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배경이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6·15 남북 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선전포고”라고 주장하면서, 개성공단 내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물자·제품 등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공단 내 남측 인원들을 모두 추방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개성공업지구와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며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사설의 제목에서부터 엇갈린다. 중앙의 사설 제목은 ‘개성공단 폐쇄 안타깝지만 북한의 자업자득이다’이고 한겨레의 사설 제목은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이다’이다. 그러나 두 신문의 사설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엇갈리는 제목과는 달리 그 논조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앙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대북 제재 카드를 정부가 두 가지 이유에서 꺼낸 것으로 분석한다. 첫째,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돈줄’의 차단을 의미한다는 정부의 시각이 그것이다. 이에 중앙은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에 유입되는 연간 1억 달러의 현금이 사라진다고 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둘째, 개성공단 폐쇄가 중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을 유도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은 이견을 제시한다. 개성공단 폐쇄가 중국의 협조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개성 공단 폐쇄는 ‘124개 입주 기업들로서는 심각한 손실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손해보는 카드라는 것이 중앙의 분석이다.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한겨레 역시 개성공단 폐쇄가 손해보는 카드임을 언급한다. “북쪽의 공단 관련 수입은 연 8000만~1억 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로 들어가는 것은 30% 수준”이며, 정상적 경협 수입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한겨레는 진단한다. 또한 “한 해 생산액이 5억 달러가 넘는 남쪽 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 대북 제재가 아니라 우리 기업에 대한 제재인 셈”이라며, 개성공단 폐쇄의 부정적 효과를 한겨레는 강조한다.

한겨레는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있어 국제 공조가 필요한 것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내민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한반도 내에 사드 배치를 언급하면서 동시에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해 주길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폐쇄가 중국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남북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버린 남북한을 역사는 뭐라고 평가할지 궁금하다”라고 사설을 끝맺고 있다. 남북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는 두말할 것 없이 ‘개성공단’이다. 그것을 허물어버린 책임도 ‘남북한’ 모두에 있다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의 핵은 용납하지 않고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한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일 정책으로 표방했고, 2014년 3월 ‘드레스덴 제안’을 통해 북한에 복합농촌단지 조성과 인프라 건설 투자 등의 경제협력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이 언급하고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개성공단만큼은 살려두는 것이 한반도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의 기저에 깔린 생각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중앙은 개성공단 폐쇄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마침표를 찍었다고 평가한다.

중앙은 한겨레가 지적하듯이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 논의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북한의 로켓 발사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부의 결정을 불러오는 데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중앙이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자업자득’이라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겨레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혹시라도 정부가 국내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면 큰 문제다”라고 말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원내대표가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선거철이 되면 민생 피폐와 경제 파탄, 그로 인한 정권심판론이 최고 이슈가 되는데 그것을 뒤로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위기를 증폭시켜 유리한 선거 전략으로 세우려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개성공단이 남북한 모두를 위한 것이지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한, 소위 ‘북풍’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귓등으로 흘려들을 대목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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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누구의 탓이 되었든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중앙과 한겨레의 공통된 입장이다. 중앙이 개성공단을 ‘남북 경협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라고 표현한 것도. 한겨레가 ‘남북관계의 안전판’이라고 표현한 것도 개성공단 재가동을 바라는 국민의 심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